태풍 '매미' 피해에 대한 수습작업이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을 때까지 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겠다는 노 대통령 방침으로 인해 외견상으로는 행자부 장관이 2명이지만 누구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파행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
청와대는 18일 우천으로 인해 노 대통령의 한 중소기업 현장 방문 일정이 취소되자 이날 오전 당초 예정에 없던 최낙정(崔洛正) 신임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을 오후 3시에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장관의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허성관 장관에게 행자부 장관 임명장을 줄 수도 처지라 최 장관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을 하루 연기하기로 재차 일정을 번복했다. 반나절 사이에 대통령 일정이 두 번이나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최 장관과 허 장관의 임명장 수여식을 함께 갖는 게 낫다는 노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일정을 하루 정도 연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더욱이 김 장관은 18일 태풍 피해 지역 방문차 지방에 내려간 상황이어서 이날 신임 장관 임명을 하더라도 이 취임식을 하기가 현실적으로 곤란한 상황이었다.
이처럼 김 장관 사표가 수리도 되기 전에 후임자를 내정한 것도 문제이거니와 장관이 바로 교체되지 않는 '동거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 한 고위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김 장관이 계속 버텨 줄 것을 간곡히 원했지만 김 장관은 끝내 사퇴의사를 굽히지 않았다"면서 "이 때문에 사표를 수리하기도 전에 후임자 내정사실이 발표되는 등 인선작업에서 혼선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강력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김 장관의 사퇴 고집을 꺾지 못해 내심 불편한 심기라는 것이다.
결국 장관직 사퇴에 대한 노 대통령과 김 장관 본인의 생각이 크게 엇갈린 데다 노 대통령 또한 태풍 피해 수습을 이유로 사표 수리시기를 늦추는 바람에 국정혼선으로 비쳐질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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