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허성관 기이한 '한 지붕 두집 살림'

  • 입력 2003년 9월 18일 16시 03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7일 오전 제출한 김두관(金斗官) 행정자치부 장관의 사표를 아직도 수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허성관(許成寬) 해양수산부 장관을 신임 행자부 장관으로 내정, 발표함에 따라 청와대 내에서도 인사파행에 대한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

태풍 '매미' 피해에 대한 수습작업이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을 때까지 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겠다는 노 대통령 방침으로 인해 외견상으로는 행자부 장관이 2명이지만 누구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파행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

청와대는 18일 우천으로 인해 노 대통령의 한 중소기업 현장 방문 일정이 취소되자 이날 오전 당초 예정에 없던 최낙정(崔洛正) 신임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을 오후 3시에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장관의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허성관 장관에게 행자부 장관 임명장을 줄 수도 처지라 최 장관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을 하루 연기하기로 재차 일정을 번복했다. 반나절 사이에 대통령 일정이 두 번이나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최 장관과 허 장관의 임명장 수여식을 함께 갖는 게 낫다는 노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일정을 하루 정도 연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더욱이 김 장관은 18일 태풍 피해 지역 방문차 지방에 내려간 상황이어서 이날 신임 장관 임명을 하더라도 이 취임식을 하기가 현실적으로 곤란한 상황이었다.

이처럼 김 장관 사표가 수리도 되기 전에 후임자를 내정한 것도 문제이거니와 장관이 바로 교체되지 않는 '동거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 한 고위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김 장관이 계속 버텨 줄 것을 간곡히 원했지만 김 장관은 끝내 사퇴의사를 굽히지 않았다"면서 "이 때문에 사표를 수리하기도 전에 후임자 내정사실이 발표되는 등 인선작업에서 혼선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강력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김 장관의 사퇴 고집을 꺾지 못해 내심 불편한 심기라는 것이다.

결국 장관직 사퇴에 대한 노 대통령과 김 장관 본인의 생각이 크게 엇갈린 데다 노 대통령 또한 태풍 피해 수습을 이유로 사표 수리시기를 늦추는 바람에 국정혼선으로 비쳐질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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