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이 ‘골치 아프다’고 해서야

  • 입력 2003년 9월 18일 18시 24분


지난주 이라크 파병문제가 불거진 이후 네 번째 우리의 생각을 밝힌다. 우리는 그동안 정부가 국익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되 유엔 결의 등 국제사회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주권국가로서 미국에 할 말을 당당하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정세와 여론의 향배를 고려해야 하지만 판단과 결정은 노무현 대통령이 주도해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정부가 중차대한 현안을 현명하게 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함께 고민하고 지혜를 모으려고 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엊그제 “정말 골치 아프다”는 말로 파병문제에 대한 심경을 토로한 노 대통령의 자세는 매우 실망스럽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라크 파병은 노 대통령이 직면한 중대 국정현안이다. 많은 국민은 노 대통령이 ‘이 문제야말로 내가 주도적으로 판단해서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과제’라고 인식하기를 바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골치 아프다”는 대통령의 말에서 그런 책임감을 느끼기는 어렵다.

물론 만만치 않은 도전에 직면한 노 대통령의 심적 부담이 클 것이다. 그러나 국론이 분분할 때 최대공약수를 결집해 결단을 내려야 할 사람은 바로 대통령이다. 청와대 참모는 왜 있는가. 정부 부처는 무엇을 위한 조직인가. 이들을 활용해 국정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대통령의 역할이다. 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니까 청와대 참모들마저 ‘시각차’를 보여 혼란을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노 대통령은 미국과의 외교적 접촉을 지시하고 국내 여론동향도 상세히 파악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 다음 신중한 검토를 거쳐 국익 우선의 결론을 내야 한다. 대통령이 진정으로 고민하고 그것을 다수 국민이 공감할 수 있을 때 생각이 다른 국민을 설득하고 협조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은 이라크 파병문제 처리과정을 지켜보며 노 대통령의 리더십을 판단할 것이다. 그 판단이 향후 국정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리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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