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이 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후임자를 내정하는 바람에 김 장관이 계속 자리를 지켜야 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사표수리 ‘유예기간’ 이틀째인 18일 한 산하기관 간부 임용장 수여식를 마치고 소방안전봉사상 시상식에 참석한 뒤 대구로 내려가 2곳의 수해 현장을 방문하고 현지에서 밤을 보냈다. 19일에도 경북 영천시의 태풍 피해 현장 2곳을 돌아보고 상경한다.
김 장관의 이런 모습에 대해 행자부 안팎에선 이런저런 말들이 나왔다. 한 서기관은 “아무리 대통령의 뜻이라지만 곧 떠날 장관이 계속 ‘장관 모양새’를 하는 게 이상한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새 장관 취임에 앞서 ‘인수기간’을 갖겠다는 노 대통령의 뜻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기능직 직원은 “장관 한 사람이 사표를 제출하고 후임자가 오는 게 무슨 대단한 국사라고 인수기간까지 필요하느냐”며 “장관이 이틀간 지방에 내려갔다가 올라오자마자 이취임식을 하는데 언제 어떻게 후임자를 만나 업무인계를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게다가 17일 오후 행자부 직장협의회가 후임 허성관(許成寬) 장관 내정자에 대한 우려 등을 표시하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언론에 발표하려다 간부들의 만류로 철회하는 등 내부에서도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번 ‘인사파행’의 후유증은 18일 오후 4시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고건(高建)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수해대책 장관회의에서도 나타났다.
허 내정자와 김 장관은 수해대책회의에 모두 불참했고, 대신 김주현(金住炫) 행자부 차관이 참석했다. 반면 해양부에서는 최낙정(崔洛正) 장관 내정자가 참석했다.
허 내정자는 이날 오전 서울 충정로의 해양부 장관실에 앉아 행자부 산하 경찰청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우스꽝스러운 모습도 연출됐다.
이에 대해 해양부측은 “원래 최 내정자가 이날 이취임식을 거행한 뒤 장관 자격으로 대책회의에 참석하려고 했지만, 이취임식이 하루 연기되면서 혼란이 빚어졌다”고 밝혔다.
이 같은 해프닝은 청와대 때문에 생겼다. 청와대는 18일 우천으로 노 대통령의 중소기업체 현장 방문 일정이 취소되자 당초 예정에 없던 최 내정자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을 오후 3시에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장관의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허 내정자에게 임명장을 줄 수 없는 상황이어서 최 장관 임명장 수여식을 하루 연기하기로 재차 일정을 번복했다.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두 장관의 임명장 수여식을 함께 갖는 게 낫다는 노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일정을 하루 정도 연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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