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모임에 참석한 통합측의 김경재 의원은 “박상천 의원을 대표로 한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통합측과 정통파에서 각 3명씩 최고위원을 넣어 당헌을 개정하고 전당대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동교동계 의원들은 “우리는 직접적인 참여를 하지는 않고 협조만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모임을 주도한 한화갑 전 대표는 “지금은 비상시기로 우리가 단합하고 화합하지 않으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면서 “당의 화합을 위해 나부터 백의종군 하겠다”고 말했다.
설훈 의원은 “당에 남는 정통파와 통합모임이 힘을 합치는데 동교동계가 힘이 되고 헌신적인 자세를 보이기 위해 백의종군을 선언하자고 의견을 모았다”면서 “‘백의종군’의 의미는 실무직책이라면 몰라도 당 3역을 비롯해 당의 간판이나 얼굴이 될 주요당직에는 나서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은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든 민주당을 분열시키는 것은 당원과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며 ‘배신행위’라며 노 대통령을 거세게 비판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백의종군 선언에는 한화갑 전 대표와 이협 최고의원을 비롯한 김옥두, 최재승, 설훈, 윤철상, 장재식, 김충조, 김홍일, 이훈평, 배기운, 조재환, 전갑길 의원 등 동교동계 의원 13명과 정통모임의 최명헌 의원 등 14명이 참석했다.
이외에 정균환 총무와 김경재 의원, 신당파에 합류한 배기선 의원, 남궁진 전 장관 등 4명은 회의도중 자리를 떠났다.
민주당내 최대 계파인 동교동계는 지난 97년 김대중 전 대통령 집권 후부터 공개모임을 자제해 왔으나, 지난 17일 노무현 대통령이 사실상 ‘신당지지’를 표명하면서 자신들을 비판한 것을 계기로 다시 전면에 나서게 됐다.
이날 모임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의중과 연결돼 해석되는 것을 꺼려한 설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을 만나 뵙지 못해 어떤 뜻을 갖고 계신지 전혀 모르고, 아마 오늘 모임에 대해서도 모르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일 의원도 “나도 오늘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아침에서야 알았다”고 덧붙였다.
▼동교동계 모임 이모저모▼
0…이날 여의도 모임에는 김홍일 의원이 가장 먼저 도착했다. 한 참석자는 "우리는 97년 이후에 한번도 이렇게 모인 적이 없다"면서 "우리가 이렇게 몸을 사리고 살았다"고 말했다.
0…이날 참석한 동교동계 한 핵심의원은 신당쪽으로 입장을 표명한 배기선 의원이 도착하자 악수를 하면서 "배 위원장은 탈당계를 제출 안했더만…"이라고 한마디를 건넸다.
배 의원은 모임 도중 자리에서 나왔으며 기자들에게 "동교동계로서 신당에 참여하지만 김대중 선생에 대한 사랑과 존경은 변함없다"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으며 별거인지 이혼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결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 의원은 “지난번 자민련으로 갔을 때처럼 '연어'의 심정으로 간다. 김대중 선생에 대한 존경, 동교동계 식구들에 대한 우정과 동지애는 변함이 없지만 노 대통령과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별거든 이혼이든 언젠가 다시 결합되기를 바란다. 죄송하다”고 고별사를 대신했다.
배 의원의 말이 끝나자 장재석 의원은 “그럴려면 안 나가야지”고 반박했고 배 의원은 머쓱해져서 권노갑 전 고문 면회를 이유로 자리를 떠났다.
최건일 동아닷컴기자 gaego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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