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의 선택은]무당적이냐 신당입당이냐

  • 입력 2003년 9월 19일 18시 42분


신(新) 4당체제가 구축되면서 현재 민주당 당원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당적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도 관심사로 떠올라있다.

청와대는 현재로서는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지만, 민주당이 법적으로 분당하는 신당 창당준비위 발족 시점에는 노 대통령이 어느 쪽이든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노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민주당 당적을 유지하는 방안 △민주당을 탈당해 무당적으로 남는 방안 △민주당을 탈당해 신당에 입당하는 방안 등 세 가지다.

현재 청와대 내의 기류는 민주당을 탈당해 무당적 상태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과 신당으로 당적을 옮겨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민주당 탈당 가능성은 높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무당적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노 대통령이 최근들어 미국식 대통령제 운영을 강조해온 만큼 당적을 이탈해 초당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게 거대야당인 한나라당을 상대하기도 편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신당 입당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역대 총선 중 어느 때에도 대통령이 무당적 상태로 치른 적이 없었다. 대통령이 당적 없이 남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일 수 있다”는 반대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물론 신당으로 당적을 옮길 경우 그동안 내세워온 신당 논의 불개입 원칙이 깨지게 되고 한나라당과의 관계도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노 대통령의 마음은 신당 쪽에 서있는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17일 광주 전남 지역 언론사와의 회견에서 사실상 신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고, 청와대가 19일 민주당 잔류파인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를 비난하고 나선 것도 노 대통령의 위치가 신당 쪽에 서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다당제 구도를 염두에 둬왔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4당체제 속에서 각 정당과 어떤 관계를 유지할지도 관심사다.

청와대는 과거처럼 여당과의 당정협의를 통한 방식이 아닌 개별 국회의원 또는 정파와의선택적인 정책 협력관계로 끌고 가겠다는 구상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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