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新 4당체제']총선정국 '짝짓기 소용돌이' 예고

  • 입력 2003년 9월 19일 18시 42분


이부영 의원(왼쪽) 등 통합신당 추진 의원들이 19일 국회 도서관강당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원내 대표를 선출하기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제기자
이부영 의원(왼쪽) 등 통합신당 추진 의원들이 19일 국회 도서관강당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원내 대표를 선출하기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제기자
민주당 내 신당파가 19일 교섭단체 등록 채비를 완료해 사상 초유의 집권당 분당이 마침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향후 정국은 ‘4당 체제’ 구도 아래 내년 총선을 향한 각개약진과 합종연횡이 꿈틀대는 유동적인 상황으로 급속히 빠져들 전망이다.

특히 새로운 4당 체제는 1988년 총선 이후 90년 3당 합당까지 이어졌던 4당 체제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야권이 아닌 ‘여권의 분열’로 인해 탄생한 데다 확고한 집권당이 없어졌다는 점에서 국정혼란과 정국불안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우려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일단 현역의원 40명으로 출범하는 신당은 향후 추가 합류 등을 통해 54명 이상을 확보할 경우 민주당을 제치고 한나라당(149석)에 이어 원내 제2당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실질적 여당이랄 수 있는 신당의 의석만으로는 개헌저지선인 원내의석의 3분의 1에 못 미친다. 신당창당을 노무현 대통령의 ‘배신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잔류 민주당 의원들이 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범야권 연대’를 추진할 경우 대통령 탄핵 및 개헌까지 가능한 재적의원 3분의 2(182석)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 김상현(金相賢) 고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과 민주당만 갖고도 개헌선을 훨씬 넘는다. 노 대통령의 리더십에 불안이 느껴지면 개헌을 통해 내각제를 하자고 할 수도 있다”고 권력구조 개편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특히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이 정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비주류와 각종 현안에서 실질적인 협조를 이뤄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양길승(梁吉承)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 향응 사건 등 청와대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사안과 관련해 협조를 얻거나 적어도 방해는 받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현대 비자금 사건의 경우도 민주당 비주류와 우리 당이 같이 연루돼 있고 청와대를 공격하는 입장도 같다”면서도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양당의 입장이 달라 사안별로 양당간에 협조하거나 대립하는 관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러 정파간 짝짓기 시나리오도 대두되고 있다.

특히 ‘건전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아우르는 중도개혁적 전국정당을 지향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 민주당 사수파는 이미 자민련과 국민통합21측과의 연대모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자민련과 민주당 비주류를 끌어들여야 한다는 입장과 4당 체제를 확고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 있어 당 내분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강인섭(姜仁燮) 의원은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을 포함하는 ‘신3당 통합’을 생각해 볼 때다. 동서문제를 해결해야 남북문제도 해결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자민련과 한나라당내 보수파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보수대연합’ 구상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당내에는 자민련과의 연대에 부정적인 의견이 만만치 않으며 민주당 비주류와의 연대에 대해서도 DJ의 햇볕정책에 대한 한나라당과의 시각 차이를 이유로 회의적으로 보는 의견이 당내에 많다.

오히려 한나라당과 신당 내에는 내년 총선 직전 신당과 민주당이 표의 분산으로 인한 ‘공멸’을 막기 위해 극적으로 연합공천 등으로 연대할 가능성이 보다 높은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