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적인 면에서 파병은 미국에 대한 한국의 지렛대(leverage)를 크게 강화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갈등과 여중생 치사사건 및 촛불시위 등으로 악화된 한미동맹을 회복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미국에 대한 발언권은 파병 규모에 정비례한다.
파병은 또 한국이 세계 12위권의 경제력에 걸맞는 국제사회의 책임을 떠맡는다는 점에서 국가 위상을 제고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파병은 북한핵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보여온 미국 신보수주의자 입지를 강화시켜 주는 측면이 있다. 만일 이라크 사태가 진전된 뒤 미국 강경파가 대북 군사압박에 나설 경우 한국의 입장은 곤란해질 수 밖에 없다.
경제적면에서 파병은 이라크 재건사업 참여에서 한국이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라크 전후 복구사업의 규모는 연구기관마다 편차를 보이나 2차대전이후 유럽 재건에 소요된 마셜 플랜의 비용(133억달러· 현재가치로 환산시 약 1380억 달러)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유전개발, 담수시설 건립 등 이라크가 새 정부 수립 후 본격 추진할 대규모 사업의 규모가 앞으로 10년간 250억~1000억달러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파병을 하지 않을 경우엔 한미동맹 악화 가능성에 따른 외국 자본의 국내 이탈이 우려된다. 또 미국이 이라크 복구 프로젝트를 독식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제2의 중동특수가 될 이라크 재건사업에서 국내업체들이 따돌림을 당할 개연성이 높다.
군사적인 측면에서 파병에 따르는 실전 경험, 특히 다국적군을 지휘하는 경험은 중요한 대목이다. 군의 해외 치안유지 경험은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하는 훈련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파병에 따르는 한국군의 인명피해 발생 가능성은 정부에 큰 부담이다. 이는 내년 4월 총선에서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볼 때 파병은 정부가 예상 득실 중 어느 것에 국익에 입각한 가중치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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