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한나라당 의석 149석에 민주당 잔류파와 자민련 중에서 33석 이상만 더해지면 내각제 개헌이 가능한 182석(전체 의석 272석의 3분의 2)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 이런 산술적 계산에 기초한 정치공학적 논리가 내각제 개헌론의 불씨를 지피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이상기류’는 한나라당뿐 아니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고조된 민주당 잔류파 진영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실제 민주당의 호남 출신 중진 의원들 사이에선 내각제에 대한 공감대가 상당히 확산돼 있는 상태다.
박상천(朴相千) 대표와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부터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해왔고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도 “어떤 권력구조든 논의는 개방돼야 한다”고 말해왔다.
여기에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는 내각제 개헌을 권력운용 방식으로 하는 ‘역(逆) 정계개편’을 추진하기 위해 한 전 대표와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측과의 물밑 대화까지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중진 의원들은 아예 내각제 개헌 전망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강두(李康斗) 정책위의장은 21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내각제 문제는 전적으로 노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면서도 “이런 식으로 실정(失政)이 계속 된다면 결국 그렇게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신당파의 한 핵심 관계자도 “내년 총선까지 노 대통령의 지지도가 회복되지 않은 채 국정혼선이 장기화된다면 ‘반노(反盧) 비노(非盧) 세력 연합’에 의한 노 대통령 탄핵 추진과 대통령제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비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내각제 개헌론의 현실적 한계를 지적하는 신중론도 없지 않다. 국민 정서상 아직 대통령제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데다 내각제 개헌론이 ‘정략적 공세’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한 전 대표는 “개헌이 실현되려면 국회뿐만 아니라 국민투표를 통과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우리 국민은 대통령제에 대한 선호도가 심정적으로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윤여준(尹汝雋) 여의도 연구소장도 “내각제 개헌론의 명분은 이해하지만 내각제에 대한 국민 정서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여권이 ‘내각제는 대통령을 끌어내리려는 음모’라고 반격에 나설 경우 의외의 역풍이 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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