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이 문제에 대해 “청와대 내에서 어떤 논의도 되지 않았다”면서 “아무런 얘기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홍보수석실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민적 요구가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없이 한나라당 등의 정략적 판단에 따라 추진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정무수석실의 한 핵심관계자도 “대통령이 여당의 총재도 아닌데 이런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 청와대가 입장을 밝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내각제 개헌에 대한 긍정적인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호남지역의 재선 의원은 “최근 종교계의 한 원로를 만난 자리에서 ‘국론 분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각제 개헌도 한 방법이다’는 말을 들었다”며 “한나라당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흔들기 위한 수단으로서 내각제 개헌을 거론하지 않는다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호남 지역의 다른 초선 의원은 “노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진다면 공론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특히 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편을 공약한 만큼 내각제 개헌을 주장할 근거는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각제가 당론인 자민련에서는 “한나라당이 이끄는 기류에 휘말리는 것 아니냐”면서도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정진석(鄭鎭碩) 의원은 “노무현 정권 7개월의 각종 오류가 내각제 개헌의 필요성을 입증하고 있다”며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을 창출하기 위해 내각제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여론이 많다”고 밝혔다.
통합신당 주비위측에서는 “노 대통령을 흔들어 반사이익을 챙기겠다는 전형적인 정치 공작”이라며 반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1여 다야’ 체제를 악용하려는 정략적 판단에서 나왔다는 분석이다. 천정배(千正培) 의원은 20일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민주당 스스로 개혁세력임을 자임하고 있는 만큼 한순간에 표변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합쳐 예컨대 내각제 개헌이나, 그보다 더한 일을 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