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대통령과 30분간 면담을 하고 나온 이들은 몹시 감격스러운 표정이었다.
양 부의장은 “1973년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강연을 들은 것이 마지막이니 정확히 30년 만의 만남”이라며 “만나는 순간 그간의 서운함이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다. 곽수남 부의장은 “한 번도 잊어본 일 없던 옛 동지의 안부가 참 궁금했다”며 “선생을 만나 아직까지 정정한 모습을 확인하니 반국가단체로 몰려 당했던 서러움이 풀렸다”고 말했다.
일본을 떠나기 직전 협심증 증세를 보여 이날 참석하지 못한 곽동의 의장(73)은 김 전 대통령에게 그림 선물과 함께 “우리 문제를 풀지는 못했지만 남북정상회담 성사 등 초지(初志)를 버리지 않고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계속 노력하신 데 대해 존경한다”는 인사를 전했다.
한통련은 김 전 대통령이 박정희(朴正熙) 정권 때 납치되고, 전두환(全斗煥) 정권 당시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목숨을 걸고 구명운동을 펼쳐 그를 죽음에서 구해내는 데 큰 역할을 한 단체.
그러나 정작 이들은 이적단체로 규정돼 30여년간 고국 땅을 밟지 못했다. 특히 김 전 대통령도 1980년 군사재판 과정에서 이들과의 관련을 부인하고, 대통령이 된 뒤에도 이적규정을 철회하지 않아 관계가 멀어졌었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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