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태풍날 연극 관람 논란

  • 입력 2003년 9월 22일 17시 54분


태풍 '매미'의 남해안 상륙을 앞두고 공무원들이 비상근무에 들어갔던 12일 저녁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가족들과 함께 연극 공연을 관람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자민련 정우택(鄭宇澤) 의원은 22일 행정자치부에 대한 국회 행정자치위 국정감사에서 "태풍 매미가 경남 삼천포에 상륙한 12일 저녁 6시부터 9시반까지 노 대통령 부부와 아들 부부, 대통령비서실장 부부, 경호실장 부부가 서울 삼청각에서 연극을 관람했다는 게 사실이냐"며 허성관(許成寬)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사실 확인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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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청와대는 당시 노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權良淑) 여사, 아들 건호(建昊)씨 부부, 딸 정연(靜姸)씨 부부,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 부부와 아들, 김세옥(金世鈺) 경호실장 부부 등 11명이 삼청각에서 연극 '인당수 사랑가'를 관람한 뒤 저녁식사를 함께 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연극 관람 일정은 오래 전 부속실에서 추석 연휴 일정 중의 하나로 미리 잡아놓았던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태풍 피해가 예상되는 시점에 연극 관람을 한 데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당시 공연장에는 100여명의 관객이 있었으며, 노 대통령 일행은 연극 관람에 이어 저녁식사를 마친 뒤 저녁 9시반 경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부는 고건(高建) 국무총리 주재로 태풍 피해를 막기 위한 관계장관 대책회의를 열었으며, 중앙재해대책본부는 3단계 비상근무에 돌입했었다. 또한 시 군 구를 포함한 전국 16개 시 도에서는 공무원 1만9184명이 비상근무 중이었다.

한편 삼청각 측은 공식적인 답변을 거부했으나 한 직원은 "1개월 전 쯤에 청와대 측에서 박 모씨 명의로 10자리를 예약했으며, 연극 관람 및 식사 비용 150만원(1인당 15만원)도 미리 지불했었다"면서 "가족끼리만 식사를 했고, 사진도 찍지 못하게 했다"고 밝혔다.

이 직원은 또 "청와대 측에서 언론에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며 "그 때가 태풍이 온 날이어서 구설수에 오를까 봐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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