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국정감사]民主 “우린 야당” 盧정부에 포문

  • 입력 2003년 9월 22일 18시 38분


22일 시작된 16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는 ‘신4당 체제’ 출범으로 사실상 여당이 없는 가운데 진행돼 국감장 곳곳에서 ‘무여당 해프닝’이 벌어졌다. 서로 갈라진 민주당과 통합신당이 상임위 간사 선출을 미처 하지 못해 국감 진행이 지연되거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정부를 ‘협공(挾攻)’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환경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나섰으나 통합신당 간사 선출 문제로 시간을 끄는 바람에 예정보다 50분가량 지나서야 열렸다. 민주당 간사였던 신계륜(申溪輪) 의원이 통합신당으로 옮김에 따라 민주당 간사 자리가 빈 데다 신당도 간사를 선출해야 했던 것. 별도로 회의를 열어 갑론을박을 벌인 끝에 민주당은 박인상(朴仁相) 의원이 간사를 맡기로 했으나 신당 간사는 끝내 선출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국감장에서는 한때 여당으로서 정부를 ‘방어’하던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공세에 ‘무반응’을 보이거나 사안에 따라서는 한나라당과 함께 정부를 몰아세우기도 했다.

문화관광위의 문화관광부 감사에서는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언론 정책 등에 대한 한나라당과 자민련 의원들의 일방적 비판이 이어졌다.

민주당 심재권(沈載權) 의원은 “언론과 과도한 갈등을 빚는 현 정부의 언론 정책은 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한나라당 정병국(鄭柄國) 의원이 이병완(李炳浣)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의 동아일보 취재 거부 지시를 추궁하고 있는데도 민주당 정범구(鄭範九), 통합신당 신기남(辛基南) 의원은 눈을 감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보건복지위에선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복지부가 내놓은 국민연금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당적(黨籍)을 뛰어넘는 공동 질의서나 정책자료집까지 등장했다. 농림해양수산위 한나라당 주진우(朱鎭旴), 통합신당 이우재(李佑宰), 정장선(鄭長善) 의원 등 3명은 이날 농림부 국정감사에서 공동 질의서를 제출했다. 건설교통위의 민주당과 통합신당 소속 의원 9명은 이날 건교부 국감에서 ‘건설 산업 발전을 위한 주요과제’라는 공동 정책자료집을 배포하기도 했다.

행자위에선 통합신당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공세를 민주당 의원들이 방관하는 모습도 보였다.

송석찬(宋錫贊) 의원이 통합신당 간사로 선임된 데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이 “송 의원은 이회창 전 총재를 향해 ‘악의 뿌리’라는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이병석·李秉錫 의원), “신당은 간사를 다시 선임하라”(전용학·田溶鶴 의원)고 압박해 20여분간 논란이 계속됐다.

이에 대해 통합신당 이강래(李康來) 의원은 “교섭단체의 논의를 거쳐 추천된 간사에 대해 다른 당에서 반대한 전례가 없다”고 반박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입을 다물고 듣기만 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