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져진 주사위 위기냐 기회냐…민주사수 vs 신당강행

  • 입력 2003년 9월 22일 18시 58분


분당정국에서 당 사수와 신당행의 기로에 섰던 민주당 중진들이 내년 총선을 향해 나름의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내년 총선에서 최종적으로 어떻게 판가름이 날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박상천(朴相千) 대표는 위기에 빠진 ‘민주당호’의 복구작업을 잘해낼 경우 정치적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추미애(秋美愛) 의원 등 중도파 의원들과 갈등을 빚거나 잔류 의원들을 각개격파하려는 신당의 ‘추가공습’을 효과적으로 차단해내지 못할 경우 고스란히 박 대표의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조순형(趙舜衡) 비상대책위원장은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명처럼 분당을 강행한 신당파에 대한 ‘도덕적 보루’ 역할을 하며 차기 당 대표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신당파의 한 초선의원은 “훌륭한 분으로 국회의장감이지만 당 수뇌감은 아니다”며 그의 정치력에는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는 동교동계 결집을 주도하면서도 전면에 나서지 않고 막후수습 지원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태상왕’의 역할을 하다가 자칫 박 대표와 동반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으나 당 내부 정비가 완료되면 본격적인 ‘야당’ 지도자로서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유력하다.

신당의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19일 신당의 자체 청문회에서 상당수 의원들이 ‘재야 티’를 벗어나지 못한 듯한 태도나 지나치게 신중한 조심성을 문제로 지적했다. 실제 신당주비위 일각에서는 결단력 부족을 지적하며 “총선용 대표로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그러나 신당 출범을 성공적으로 이끌 경우 차기 대권가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김원기(金元基) 신당주비위원장에 대해서는 이번 교섭단체 등록 과정을 성공적으로 지휘했다는 평이 많다. ‘지둘려’라는 별명과 달리 단호하게 결정하고 일관되게 밀어붙여 지도력을 발휘했다는 것. 그러나 저마다 개성이 강한 개혁파 의원들의 목소리를 막후에서 제대로 조율해내지 못할 경우 그 자신도 원로로서 떼밀려 갈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정대철(鄭大哲) 전 대표는 이미 신당행을 굳혔으나 민주당에서는 그가 신당으로 갈 경우 굿모닝시티 자금수수 사건에 대한 부담 때문에 배신행위를 했다고 공격할 태세다. 일부 참모들도 이 때문에 무소속으로 남을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당과 민주당 사이의 ‘재통합’을 위한 노력이 지지자들의 평가를 받을 경우 다시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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