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큼 국회의 존재와 활동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은 부정적 색채가 강하고 국회의 정확한 활동상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23일 오전 10시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 현장을 찾은 필자의 기대는 컸다. 그러나 국감장을 직접 지켜본 결과 역시 실망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피감기관의 잘못에서 시작해 정권 차원의 실책을 추궁하려는 성향을 띠었다. 특히 인공기 훼손에 대한 규제의 근거, 대구 유니버시아드 때 북한기자의 폭행사건에 대한 대응, 청와대 부속실장의 청주 술자리 사건 등 정치적 색채가 농후한 질의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반면 민주당과 통합신당 의원들은 질의 내용이 진부해 맥 빠진 느낌이었다. 경찰개혁이나 자치경찰제 도입 문제 등 보다 제도적이고 근본적인 현안에 천착하려는 의원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의원들은 주어진 시간을 넘겨가며 질의하는 등 적극성을 띠었지만 의원들간의 역할분담과 협업이 이뤄지지 않아 동일한 질의가 반복되기 일쑤였다. 보다 생산적인 국감이 되기 위해서는 의원들간의 역할분담과 협업을 기본으로 하고 개별 의원이 질의사항을 추가하는 방식이 필요해 보였다.
오후 2시. 대구 유니버시아드 때의 물리적 충돌 사건과 관련해 탈북자인권운동가인 독일인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 등에 대한 증인신문으로 국감이 속개됐다. 필자의 관심은 과연 어떻게 의원들이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국감과 연결시켜 나아갈 수 있는지에 있었다. 역시 일시적인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으나 치안행정을 파헤치고 그 결과를 분석하고 개선하는 쪽으로 승화하려는 노력은 미흡했다.
효과적인 의제의 발굴과 설정, 의원간의 역할분담이 없이는 생산적인 국감을 진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답변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식의 질의를 위한 질의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국정감사는 삼권분립체제 하에서 국회가 행정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의 하나이다. 일회성 행사나 이벤트가 아니라 실질적인 국감이 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과 의원들의 노력이 한층 절실해 보였다.
이종수 연세대교수 행정학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