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가 경남 남해안에 상륙한 12일 오후 노 대통령이 가족 및 비서진과 함께 뮤지컬을 보러 간 사이 기상청이 “해안지방에서는 폭풍 해일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등의 내용을 한 시간 간격으로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기상청이 12일 낮12시부터 한 시간 간격으로 발표한 자료를 공개했다.
구체적 내용은 △오후 5시10분, “태풍 매미의 직접 영향을 받고 있는 제주도 지방에서는 강한 돌풍(고산 60.0m/s, 제주 55.8m/s)이 관측되었고 이 값은 태풍 사라(1959.9.17)의 제주 46.9m/s를 경신한 기록” △오후 6시 10분, “태풍은 제주를 거쳐 남해안 부근으로 접근” △오후 7시10분, “태풍은 제주 성산포 부근을 거쳐 남해안 부근으로 접근” △오후 8시5분, “경남 사천 부근 해안에 상륙했고 해안지방에서는 폭풍 해일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오후 9시10분, “태풍 경남 함안군 부근에 위치” 등. 노 대통령이 뮤지컬을 관람하고 저녁식사를 한 시간은 12일 오후 6시부터 3시간여 동안.
물론 박 의원이 이날 공개한 ‘태풍위치 추적 속보’는 청와대에만 보고하는 것은 아니다. 기상청은 기상 특보를 낼 상황이 되면 정부 각 부처와 언론사를 포함해 74개 공공기관에 이 같은 속보를 보낸다.
안명환(安明煥) 기상청장은 박 의원이 “12일 기상청이 보낸 태풍 정보에 대해 청와대 비서실장실이나 국정상황실 등이 재확인하거나 전화로 문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었다”면서도 “기상특보는 청와대에만 보낸 것이 아니라 74개 기관에 똑같이 보내는 것이다”고 답변했다.
권영세(權寧世·한나라당) 의원도 기상청이 10일부터 태풍 관련 정보를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부처에 팩스로 보낸 ‘기상특보 경보발표 송신 목록’을 공개하며 청와대를 비판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崔대표 “대통령 사과없어 수재민 분개”▼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24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태풍 ‘매미’가 상륙한 12일 뮤지컬을 관람한 것과 관련, “대통령이 국민에게 정중히 사과 한마디 하는 게 도리이며 국민을 진정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며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최 대표는 이날 국감대책회의에서 “대통령이 태풍 때 뮤지컬을 본 것에 대해 어제 한 말씀 드렸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면서 “피해지역 주민들은 자기들이 고통 받고 있는 상황을 대통령이 방치하고 제대로 사과 한 마디 없는 것을 분개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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