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국정홍보처에 대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국감에서는 인터넷 국정브리핑, 국제언론인연합회(IPI)의 한국 언론에 대한 평가,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수행능력에 대한 여론조사의 타당성, 언론과의 긴장관계 등이 이슈였다.
그런데 군데군데 10년 전에 지적되고 거론된 내용이 많았다. 해외문화원, 해외주재관, 해외홍보원으로 분리된 홍보 창구의 일원화는 매년 단골로 지적되는 문제. 정부의 고집도 고집이지만 국회도 매년 일과성 지적에 그치는 바람에 수십년간 예산 낭비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 소유인 K-TV 외에도 국회가 123억원의 예산을 들여 출범시키려는 국회방송전문채널도 국민의 세 부담을 무시한 구태의연한 사례였다. 이 사업은 1995년 케이블TV가 출범한 이래 계속 추진해 온 것이다. 사법부는 사법부채널, 행정부는 행정 각부의 채널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조영동 국정홍보처장의 답변은 의원들의 질의보다 더 기계적이었다. 답변은 원칙이나 논리 없이 임기응변식으로 진행됐고, 사실상 여당인 통합신당 주비위 의원이 오히려 추가설명을 해주는 식으로 흘렀다. 답변 때마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 “검토해서 처리하겠다”는 후렴구가 붙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형식도 그대로였다. 국회의원은 자신의 질문순서가 되면 보좌관이 써 준 자료를 빨리 읽고 정부답변은 나중에 일괄로 하라는 식이었다.
국회의원의 구태의연한 ‘장군’에 정부의 ‘멍군’도 과거 그대로였다. 국정홍보처장이 모든 질의에 대해 애매하게 대답하는 것이나 자료 부실 제출을 둘러싼 공방도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됐다.
지난 10년간 수많은 정치인이 새 정치와 정치 개혁을 외쳤지만 이날 국감장에서 새롭게 개혁됐다는 증거를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그 사이 국회의원 1인당 직접비용(세비, 보좌진인건비, 사무실운영비의 합계)은 국민의 고통과 상관없이 늘었다. 2000년 1인당 3억원을 받았던 의원들은 올해 3억7000만원을 받고 있다.
허행량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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