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이날 “한국 기자들은 공직자 앞에 군림하면서 ‘맛 좀 볼래’식의 기사를 쓰고, 공직자 사무실에서 마구잡이로 서류를 빼앗고, 공짜 밥 얻어먹는다”고 말했다.
기자생활 7년째인 필자는 ‘공짜 밥’ 부분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싶지 않다. 나 역시 공직자가 사는 밥을 먹은 일이 제법 많은 편이다. 하지만 공짜 밥에 의미를 두지 않았기 때문에 부끄럽게 생각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그 경험을 소중히 여겼다. 20, 30년 공직생활의 경험이 녹아 있는 그들과의 대화는 기자에게 많은 간접 경험과 지혜를 줬고, 이런 체험이 대한민국 기자의 경쟁력이라고 믿어 왔다.
분명한 것은 이런 취재 환경이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본보는 2000년부터 취재기자 전원에게 법인카드를 1장씩 지급했다. 기자도 그동안 호화로운 곳이 아니라면 공직자에게 이따금 밥을 사면서 취재해 왔다.
반면 노 대통령이 말하는 ‘군림하는 취재 관행’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기자는 그동안 검찰 금융감독위원회 국무총리실 통일부를 출입했다. 기자회견을 하는 당국자의 발언에 동의하지 못했을 땐 젊은 혈기로 “그게 설명이 됩니까” “(그런 중대한 사안을) 농담식으로 말할 수 있습니까”라고 고함치며 질문한 적은 있었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수백만 독자를 대신해 권력기관을 상대하는 기자로서 던진 ‘대리 질문’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또 정부부처 사무실에 들어가 일을 방해하고, 서류를 빼앗아 가며 기사를 썼던 기억도 없다. 이런 무례한 기자가 지금은 존재하지도 않지만, 이런 행태를 보여서는 공무원들의 항의에 견디기도 어려울 것이다. 요즘엔 공개된 정부간행물에 나온 자료를 1장 복사하는 데도 정부부처 여직원, 사무관, 과장급 공무원의 사이에서 이리저리 떠밀리며 오랜 시간을 실랑이해야 한다. 이것이 최근의 실상인데도 노 대통령은 이런 실정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최근 국정홍보처의 한 간부가 말한 ‘촌지’ 관행도 실소를 자아내게 할 뿐이다. 기자는 정부로부터 촌지를 받지 않았음은 물론이거니와, 촌지를 주겠다는 제안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공개발언이 섭섭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통령을 원망할 생각은 없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독자와의 약속이며, 이를 위해 갈 길이 아직 남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언론에 중요한 것은 독자들을 바라보고 신문을 만드는 일이며 독자만이 바로 언론의 기준임을 다시 한번 더 되새기게 된다.
김승련 정치부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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