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감사원장 인준부결이 뜻하는 것은

  • 입력 2003년 9월 26일 18시 22분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부결됨으로써 정국은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에 이어 다시 정치적으로 타격을 받게 됐고, 신(新)4당 체제하에서의 정국혼란과 갈등의 골도 더 깊어지게 됐다.

경위야 어찌됐든 정국의 앞날이 불안하고 걱정스럽다. 누구 책임인가를 묻기 전에 대통령이 자기 사람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하는 이런 리더십과 정치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개혁은 고사하고 경제건 민생이건 제대로 될 리가 있겠는가. 벌써 공무원사회에선 앞으로 대통령의 영(令)이 안 설까봐 두렵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국회의 협조가 없었던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했고, 통합신당은 거야(巨野)의 횡포라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러나 표결 과정과 결과를 들여다보면 그렇게 몰아붙이기만은 어렵다. 두 야당은 오히려 정략적 공조로 비칠까봐 가부를 의원 개인의 자유의사에 맡겼다. 인사청문회 결과 보고도 비교적 객관적이었다.

그보다는 대통령의 안이한 상황인식이 더 문제였다. 자신과 코드가 맞는 인물을 감사원장 후보로 내세웠을 때 감사원 독립에 대한 우려가 클 것이란 예상을 했어야 했다. 신당을 옹호하고 민주당을 구악시하는 언행도 삼갔어야 했다. 정치권 대부분을 적으로 만든 상태에서 국회의 협조를 호소했으니 무슨 설득력이 있었겠는가.

감사원장감은 다시 찾으면 된다. 중요한 것은 신4당 체제하에서 노 대통령의 첫 정치실험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노 대통령은 앞으로도 당적을 갖지 않고 사안별로 각 당의 협조를 구하는 정치실험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번 감사원장 인준 표결에서 드러났듯이 자칫하면 국정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 대통령은 물론 여야 정치인 모두 혼란을 최소화하고 국정운영이 정상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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