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위야 어찌됐든 정국의 앞날이 불안하고 걱정스럽다. 누구 책임인가를 묻기 전에 대통령이 자기 사람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하는 이런 리더십과 정치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개혁은 고사하고 경제건 민생이건 제대로 될 리가 있겠는가. 벌써 공무원사회에선 앞으로 대통령의 영(令)이 안 설까봐 두렵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국회의 협조가 없었던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했고, 통합신당은 거야(巨野)의 횡포라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러나 표결 과정과 결과를 들여다보면 그렇게 몰아붙이기만은 어렵다. 두 야당은 오히려 정략적 공조로 비칠까봐 가부를 의원 개인의 자유의사에 맡겼다. 인사청문회 결과 보고도 비교적 객관적이었다.
그보다는 대통령의 안이한 상황인식이 더 문제였다. 자신과 코드가 맞는 인물을 감사원장 후보로 내세웠을 때 감사원 독립에 대한 우려가 클 것이란 예상을 했어야 했다. 신당을 옹호하고 민주당을 구악시하는 언행도 삼갔어야 했다. 정치권 대부분을 적으로 만든 상태에서 국회의 협조를 호소했으니 무슨 설득력이 있었겠는가.
감사원장감은 다시 찾으면 된다. 중요한 것은 신4당 체제하에서 노 대통령의 첫 정치실험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노 대통령은 앞으로도 당적을 갖지 않고 사안별로 각 당의 협조를 구하는 정치실험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번 감사원장 인준 표결에서 드러났듯이 자칫하면 국정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 대통령은 물론 여야 정치인 모두 혼란을 최소화하고 국정운영이 정상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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