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번 임명동의안 부결 이후 집권측이 보이는 자세는 과연 그런 정치력을 기대할 수 있을지 심각한 우려를 갖게 한다. 청와대측은 “이렇게 국정의 발목을 잡으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통합신당측은 엊그제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나랏일에 감정을 섞는 일은 없어야 한다. 더 이상 죄를 짓지 말라”며 몰아세우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장 인선에 잘못은 없었는지, 국회표결에 앞서 임명동의안 가결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는 돌아보지 않고 ‘네 탓’만 부르짖는 집권측의 태도가 향후 국정운영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소수정권으로 정국을 풀어가는 바른 자세가 아니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표결에 앞서 여야 지도부에 사전 협조요청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하루 전날 전격적으로 대(對)국민 기자회견을 했고, 이것이 오히려 야당의원들을 자극해 반대표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태로 노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이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고 한다. 하루빨리 분명한 선택을 해 국정혼란을 막아야 한다. 특히 민주당 탈당 후 당분간 ‘무당적(無黨籍)’으로 남을 것이라면 초당파적인 국정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대통령이 국회 및 각 정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 국정을 이끌어 나갈 것인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국정이 장기간 표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정 최고지도자에게 국민의 불안을 씻어주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여야 정치권도 국정운영이 파국을 맞지 않도록 공동책임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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