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교수는 2000년과 지난해 5·18광주민주화운동 관련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을 시도했으나 국정원의 준법서약서 제출 요구로 인해 귀국을 포기했던 전례가 있다.
그는 또 지난해 10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주최한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하려다 공안 당국의 불허 조치로 귀국하지 못하자 “준법서약서는 절대 작성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준법서약서가 법을 지키지 않았던 과거에 대한 반성을 담은 것일 텐데 나는 법을 어긴 적도, 반성할 과거도 없다”며 “종잇조각 하나로 나의 양심을 현재만이 아니라 미래까지 묶어두려는 구시대적 발상에 절대 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완강했던 송 교수가 준법의사를 문서로 제출한 배경에 대해 국정원과 검찰 안팎에서는 송 교수가 ‘준법 서약’을 해야 할 만큼 뭔가 다급한 사정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 검찰관계자는 “송 교수가 전향적인 정부 방침을 믿고 귀국했지만 이후 진행된 국정원 조사에서 선처를 장담할 수 없게 돼 ‘조치’가 필요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정원 조사가 계속되면서 송 교수의 입장은 후퇴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조사 초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네 차례 조사가 끝난 28일 현재에는 “김철수라는 이름으로 초청돼 북한을 방문했다”는 사실까지 인정한 상태다.
이 때문에 국정원 조사 결과 혐의가 상당 부분 확인된 송 교수가 무거운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미리 몸을 낮추는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또 송 교수측과 정부, 공안당국간 물밑 교감 가능성도 법조계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모두 이런 가능성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변호인인 김형태(金亨泰) 변호사는 “국정원이 (준법 약속을) 먼저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밝혔지만 준법 약속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알아서 생각해 달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그럼에도 송 교수가 준법 약속을 한 것은 앞으로 검찰의 처리 과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현재 제출한 준법 약속으로 모두 용서받지는 못하지만 검찰의 선처 가능성에 힘을 실어줄 여지가 있는 행동이다”고 말했다.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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