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감사원장 인선 서두르지 않겠다”

  • 입력 2003년 9월 28일 18시 39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6일 윤성식(尹聖植)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직후 “차기 후보로 적합한 분을 신중하게 찾기 위해서도 인선을 너무 서두르지 않는 게 좋겠다”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이종남(李種南) 전 감사원장과 감사위원 6명 전원을 청와대 관저로 초청한 만찬자리에서 “정책을 확인, 평가하고 공무원들의 사기진작을 시키는 측면에서 적임자로 윤 후보를 생각했는데 부결돼서 안타깝다”며 “윤은중(尹銀重) 직무대행이 차근차근 책임지고 해나갔으면 좋겠다”며 당분간 대행체제로 이끌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런 언급은 당장 마땅한 감사원장감이 없다는 고민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일찌감치 윤 후보자를 ‘유일무이(唯一無二)’한 감사원장 후보자로 꼽아왔다는 게 핵심 참모들의 전언이다.

김병준(金秉準)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은 28일 “윤 후보자와는 대선자문교수단 때부터 호흡을 같이 해왔고 인수위 시절에 감사원 개혁 작업에 깊숙이 간여해왔다”면서 “노 대통령과는 눈빛만 봐도 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는 관계”라고 밝혔다.

청와대 내에서는 대선자문교수단이나 인수위 출신 중 적임자가 없다는 점을 가장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당초 윤 후보자를 사실상 점지한 상태에서 인선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5배수 범위 안에 들었던 법조인 출신 등이 이번에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사실상 백지상태에서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인선을 늦추기로 한 이면에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국정 ‘발목잡기’를 국민들에게 부각시키려는 계산도 깔려 있는 듯하다. 이번 임명동의안 부결을 계기로 ‘국회가 사사건건 이래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속내도 담겨있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 대(對)국회 관계를 정리한 이후에 감사원장을 내정하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 노 대통령이 민주당적을 가진 어정쩡한 상태에서 새 감사원장을 추천해봐야 국회통과가 난망하다는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이 당적문제를 정리한 뒤 4당 대표를 불러 인선을 협의하는 모양새를 갖추려고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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