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민주 탈당]‘집권초 대통령 無당적’ 정국 회오리

  • 입력 2003년 9월 29일 18시 30분


노무현 대통령(오른쪽)이 29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문희상 비서실장(왼쪽)과 함께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 회의에서 민주당 탈당의사를 밝혔다. -박경모기자
노무현 대통령(오른쪽)이 29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문희상 비서실장(왼쪽)과 함께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 회의에서 민주당 탈당의사를 밝혔다. -박경모기자
29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함으로써 집권 7개월 만에 대통령이 무당적 상태가 되는 헌정 사상 드문 일이 벌어졌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의 재임 중 여당 탈당은 노태우(盧泰愚) 김영삼(金泳三)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까지 세 차례 있었지만 모두 임기 5년째인 집권 후반기에 이뤄졌었다.

1948년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승만(李承晩) 전 대통령의 경우 1952년 자유당을 창당하기 전까지 사회단체인 대한독립촉성국민회 소속으로 있었으나 당적은 없었다.

특히 행정부와 국회간에 새로운 협력관계가 전혀 정립돼 있지 않은 상황이어서 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난맥상을 드러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탈당 시기 왜 앞당겼나=노 대통령의 탈당 결행에는 이미 시기 선택만 남았을 뿐 탈당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인 만큼 더 이상 민주당 당적을 유지하는 게 무의미해졌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노 대통령은 당초 ‘10월말∼11월초 민주당 탈당→12월말∼내년 2월 통합신당 입당’의 수순을 고려하고 있었으나 윤성식(尹聖植)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표결에서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진 것이 조기 탈당을 결심케 한 결정적 원인이 됐다.

노 대통령이 ‘탈당’이라는 말 대신 ‘당적 포기’라는 표현을 쓴 것도 적극적으로 민주당을 뛰쳐나가는 게 아니라, 더 이상 머물 이유가 없어 떠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무당적 상태, 언제까지=노 대통령의 무당적 상태는 일시적인 상황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노 대통령은 아직까지는 신당 입당 여부에 대해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신당 입당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신당이 아직 법적으로 창당되지도 않았는데 대통령이 입당 의사를 밝힐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해 신당 창당 이후 노 대통령의 선택은 결국 신당 입당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또한 청와대 내부에서는 내년 4월 총선에서 정국 주도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신당 입당이라는 정면 돌파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따라서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고 본격 총선전에 돌입하는 시점에 신당행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내년 총선이 한나라당과의 대결 구도보다는 통합신당과 민주당간 정면 대결이 벌어질 게 뻔한 상황이어서 노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지지층에 분명한 선택을 요구하기 위해서라도 신당 입당 카드를 집어들 것으로 보인다.

▽향후 국정운영은 어떻게 되나=청와대는 당정협의가 불가능해진 만큼 국무총리 훈령 7조에 규정돼 있는 ‘정책설명회’를 국회와의 협력을 꾀하는 주요 통로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4개 정당과 등거리에서 정책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얘기다.

필요에 따라서는 대국민 직접 설득을 통해 국회가 정부의 정책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가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대통령정무수석실이 ‘국회의원 개개인이 자율적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국회의 결정에 따라 정부의 행동이 크게 제약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이 순탄하게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무당적’을 정치쟁점화하고 있고, 민주당은 재신임 문제까지 들고 나왔다.

청와대는 이 같은 상황에서 국회에 무조건 고개를 숙이지는 않을 태세다. 오히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정부 정책 추진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이를 계기로 ‘구태정치 심판론’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따라서 이번 정기국회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 민주당이 각자 대립각을 세우며 힘겨루기를 벌이는 장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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