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민주당 전격탈당]盧-민주당의 애증관계

  • 입력 2003년 9월 29일 18시 30분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후보로 단일화되면 서민과 중산층을 위하고 지역차별과 맞서 싸워온 민주당의 법통과 정통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지난해 11월 24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광주 망월동 5·18 국립묘역을 참배한 뒤 자신을 ‘단일후보’로 지지해달라며 이렇게 호소했다. 노 대통령은 같은 해 봄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이인제(李仁濟) 후보에 대해 “한나라당 경선에나 나가야 할 사람”이라며 “민주당의 정통성을 지킬 사람은 노무현뿐”이라고 호소했다.

그래서 민주당은 노 대통령을 ‘새 지도자’로 선택했다. 지난해 3월 16일 광주 경선에서 노 대통령이 1위를 차지하면서 노풍(盧風)이 점화됐고, 12월 대선에선 민주당 근거지인 호남에서 90%가 훨씬 넘는 몰표가 나왔다.

이런 민주당과 노 대통령의 첫 인연은 91년 9월 야권 통합으로 ‘통합민주당’이 출범하면서 시작됐다. 노 대통령은 당시 김대중(金大中) 공동대표 밑에서 초대 대변인을 지냈다.

노 대통령은 그 후 ‘호남당의 영남 후보’로 지역주의의 벽과 맞서 싸웠다. 92년과 2000년 총선, 95년 지방선거 때 부산에서 출마했으나 매번 낙선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DJ는 결정적 고비 때마다 노 대통령이 거물 정치인으로 클 수 있는 정치적 자양분도 공급했다. 노 대통령은 93년 3월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에서 최연소(47세)로 당선됐고, 98년 7월 국민회의 후보로 서울 종로 보궐선거에 나가 당선됐다. DJ는 2000년 8월 노 대통령을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입각시켰고, 2001년 10월에는 “다른 대선 예비주자와 격을 맞춰줘야 한다”며 민주당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과 민주당의 이런 보은(報恩) 관계는 29일 노 대통령의 전격 탈당 이후 ‘배신자 논란’으로 얼룩질 것으로 보인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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