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법무 "태풍 오기전 골프도 못치나"

  • 입력 2003년 9월 30일 00시 43분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이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제주 골프 파문’과 관련해 이를 보도한 언론을 비판하고 김 부총리를 옹호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사실 확인을 가장 중시해야 할 판사와 변호사를 거친 강 장관이 김 부총리의 당시 행적을 왜곡해가며 일방적으로 두둔해 상황 인식이 결여됐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강 장관은 29일 각 언론사 법조 출입 여기자 및 여성 검사들과 함께 오찬을 갖고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그 장관이 골프 친 것을 왜 그렇게 기사를 쓰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태풍 오기 전에 친 게 문제가 되나”며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그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정치권에서조차 ‘코드’만 맞으면 어떤 실책이라도 눈감아 주는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박병윤(朴炳潤) 의원은 “골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국가 비상사태를 도외시한 고위 공직자의 위기 불감증이 비판 대상”이라며 “강 장관의 이날 발언은 코드 맞는 사람들끼리면 무엇이라도 용인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강 장관은 김 부총리가 태풍 경보가 발령된 11일은 물론 태풍이 지나간 뒤 관계 부처 대책회의가 한창이던 13일에도 제주에서 골프를 쳤던 점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태풍이 오기 전에 (골프를) 친 게 문제가 되나”라며 언론의 보도 행태만 문제 삼아 기본적인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날 재경부 국정감사에서 김 부총리의 ‘골프 파문’을 추궁했던 한나라당 김동욱(金東旭) 의원측은 강 장관의 발언이 알려진 뒤 “해양수산부 장관이 대통령에 대한 용비어천가를 부르자 강 장관까지 나서서 ‘제 식구’를 거들고 있다”며 “왕정(王政)시대에도 올바른 비판을 하는 신하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사람을 전혀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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