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각제' 이어 '권력분산'…개헌논쟁 점화

  • 입력 2003년 9월 30일 19시 29분


민주당이 30일 ‘권력분산형 개헌’과 ‘분권형 권력운용’을 조기에 공론화하기로 내부 의견을 모은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는 ‘야권 3당’의 ‘반노(反盧)-비노(非盧)’ 연합전선 구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특히 이날 민주당이 ‘야당선언’과 때를 같이해 분권형 권력구조를 거론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분권형 개헌론은 총선을 전후해 최대 정치쟁점으로 비화될 공산이 크다.

박상천(朴相千) 대표는 이날 책임총리제의 조기 이행 요구 배경에 대해 “제왕적 대통령제와 국회간 갈등으로 인한 국정혼란과 국민 분열을 해소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라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탈당 이후 심화되고 있는 정국 불안정과 여야 대립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박 대표는 한나라당에서 최근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는 내각제 개헌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내각제는 검토한 바 없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사무처 직원들이 벽에 걸려 있던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을 떼어내고 있다. -김경제기자

하지만 ‘야권 3당’이 한목소리로 노 대통령의 불안정한 리더십을 비판하고 있는 데다 한나라당 중진들과 자민련에서 제기하는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야말로 전형적인 ‘권력분산형 권력구조’라는 점을 민주당 관계자들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핵심 관계자는 “최고위원 고문 연석회의에서 한 고위관계자가 분권형 개헌을 본격 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자 참석자 대부분이 적극 공감했다”며 향후 다양한 분권형 권력구조에 대한 논의가 만발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민주당이 ‘분권형 대통령제 연구’라는 책까지 펴낸 당의 막후 이론가인 황태연(黃台淵) 동국대 교수를 국가전략연구소장에 임명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황 소장은 95년 당시 야당 총재이던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에게 ‘지역연합론’을 제시해 97년 대선 당시 ‘DJP 연합론’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국민 80%가 현재의 정국구도에 불안감을 느낀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며 “이해할 수 없는 노 대통령의 독선적이고 분열지향적인 리더십 때문에 근본적인 권력구조 개편에 공감하는 국민이 날로 늘어나고 있고 문제의식을 같이 하는 제 정파간 연대 가능성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올 3월 자민련 지도부와 청와대에서 만났을 때 ‘중대선거구제가 실시되는 등 지역 갈등 문제가 해소되면 당초 공약했던 ‘2006년 분권형 권력구조로의 개편’을 2004년으로 앞당길 수 있다고 언급했다”며 “향후 ‘한-민-자’ 3당 사이에 분권형 개헌 공조가 가시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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