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근의원 "송두율, 北정치국 후보위원 사실 자백"

  • 입력 2003년 10월 1일 16시 53분


친북 활동 혐의를 받고 있는 송두율(宋斗律) 독일 뮌스터 대학 교수가 자신이 북한 노동당 서열 23위의 정치국 후보위원이자 당 중앙위원인 '김철수'라는 사실을 국가정보원측에 자백했다고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이 1일 밝혔다.

송 교수는 또 1973년9월 처음 방북해 노동당에 입당한 뒤 올 3월까지 18회에 걸쳐 대남공작활동 등의 목적으로 방북했으며, 최근까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 등 북측으로부터 연구비 명목으로 모두 미화 15만 달러 정도를 받았다고 정 의원은 밝혔다.

고영구(高泳耉) 국정원장은 이날 국정원에 대한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송 교수를 소환,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본인 자백 등을 통해 확인했다"며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어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 교수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말했다고 정 의원이 전했다. 정 의원은 정보위의 한나라당 간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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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원에 따르면 송 교수는 독일 체류 당시 서울대 출신 재독 북한공작원인 이재원(李在元·71)씨에게 포섭돼 모스크바를 거쳐 처음 입북, 초대소에서 주체사상 및 공작원 교육을 받고 노동당에 입당했다. 송교수는 "노동당 입당서는 방북 시 입국서류처럼 썼다"고 주장했었다.

송 교수는 94년7월 김 주석 사망 때 자신이 '김철수'라는 이름으로 북한 장례위원회 위원으로 선정된 사실을 재독 북한공작원으로부터 통보받는 과정에서 이에 앞서 91년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정된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진술했다고 정 의원이 전했다.

송교수는 노동당 가입 직후 북측으로부터 "조국 통일을 위해 독일 유학생을 포섭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미화 2000달러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수 차례에 걸쳐 1000~2000달러씩을 받았으며, 91년(후보위원 선정)~95년까지 연구비 명목으로 매년 미화 2만~3만달러를 받았다고 정의원은 말했다.

송교수는 또 96년8월 부친이 사망했을 때 김정일 위원장의 친필 지시를 받은 재독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1500마르크의 조의금을 받았으며, 96년 이후엔 노동당 창당일과 김정일 위원장 생일 등에 친필로 '(김정일)장군님 만수무강축원문'과 '충성맹세문'을 10여 차례 작성, 북측에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정 의원은 기자들에게 "송씨는 북한 지도부의 핵심 인물이고, 해방 이후 위장 귀순한 최고위급 북측 인사"라며 "북한측의 유럽 간첩 총책인 송씨를 즉각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가정보원은 1일 송두율(宋斗律·59) 독일 뮌스터대 교수의 친북 활동 혐의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 짓고 기소 의견과 함께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국정원은 송 교수를 조사한 결과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가입(북한 노동당 가입-3조2항) △특수탈출(초청을 통한 북한 방문-6조2항) △회합·통신(김일성 주석 등을 만난 점-8조1항) △금품수수(북한에서 항공료 등을 받은 점-5조) 등의 혐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기소 의견을 검찰에 올리면서도 "송 교수가 좀 더 진지한 반성태도를 보이고 한국의 포용정책에 적극 호응한다면 공소보류도 가능하다"는 단서를 이례적으로 첨부했다.

송 교수 사건을 송치 받은 서울지검 공안1부(오세헌·吳世憲 부장검사)는 이날부터 국정원 조사 기록 및 송 교수 처벌 여부에 대한 법률검토 등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번 주 안으로 송 교수를 소환해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여부 등에 대해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를 위해 3일 만료되는 송 교수의 출국정지 시한을 법무부에 의뢰해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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