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靑 이라크 추가파병론 무르익어

  • 입력 2003년 10월 1일 19시 08분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를 놓고 정부 내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경제적 실리를 내세워 파병 찬성론을 편 데 이어 한승주(韓昇洲) 주미대사도 지난달 30일 ‘조건 없는 파병’을 주장하고 나섰다.

청와대 참모진에서는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만이 유일하게 반대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고 있을 뿐 김희상(金熙相) 국방보좌관을 비롯한 외교안보 라인에서는 파병에 찬성하는 기류가 더 강하다.

청와대 내에서는 비공식 견해임을 전제로 “9월 초부터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폴란드 사단의 경우 단 1명의 희생자도 없을 만큼 이라크 현지가 안정된 상황이다”, “미국의 요청에 응하더라도 국내 안보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등의 파병 지지 발언이 최근 부쩍 늘었다. 윤영관(尹永寬)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파병 결정 시기가 너무 늦어져서는 곤란하다”고 밝힌 데 이어 1일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한 것은 정부 내에서는 파병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만큼 이제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결단만 남아 있는 상황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부 차원의 결정을 위한 의견 수렴 절차도 속도가 붙고 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1일 중동문제 전문가 6명을 초청해 의견을 들었고 3일에는 이라크 현지조사단이 귀국할 예정이다.

노 대통령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한중일 정상회의’(6∼9일)를 마치고 귀국한 뒤인 10일부터 20일 사이에 4당 대표 및 각계 인사들과의 회동을 거쳐 최종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NSC 관계자는 “이달 20, 2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기간 중에 열릴 한미정상회담 이전에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 정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노 대통령이 1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파병 문제를 결정할 고려 요소로 한반도 안정에 대한 낙관적 전망과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확신할 수 있는 안정된 대화 국면의 조성을 거듭 강조한 것은 주목을 끈다.

청와대와 NSC는 한반도 안정 및 북핵 문제에 관한 6자회담 등을 파병 문제와 연계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노 대통령의 발언에는 차제에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와 북핵 협상에 있어서 미국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 많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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