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風사건의 진실은]2審판결 결과 내년총선 ‘뇌관’

  • 입력 2003년 10월 1일 19시 09분


《‘안풍’(安風·국가안전기획부 예산의 선거자금 전용 의혹) 사건이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23일 2년8개월을 끈 1심 재판에서 한나라당 강삼재(姜三載) 의원 등이 유죄판결을 받은 이번 사건이 정치권에 미칠 파장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은 이번 주 초 해외 국정감사를 마치고 귀국할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의원에 대한 소환 방침까지 밝혀 정국은 급속히 초긴장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안기부 예산인가, YS ‘대선잔금’인가=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 검찰은 2000년 10월 1995년 지방선거와 96년 15대 총선 당시 안기부 계좌에서 민자당(신한국당의 전신)과 신한국당(한나라당의 전신) 계좌로 1197억원이 입금된 혐의를 포착,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최대 쟁점은 문제의 돈이 ‘안기부 예산이냐, 아니냐’는 점이다. 한나라당은 “안기부 계좌에서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안기부 예산은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그 돈은 안기부 예산이 아니며 안기부의 계좌를 추가로 추적하면 입증될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국정원직원법을 개정, 권영해(權寧海) 이종찬(李鍾贊) 임동원(林東源) 전 국가정보원장 등의 법정 증언을 통해 안기부 예산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할 계획이다.

반면 검찰은 96년 15대 총선 당시 신한국당 사무총장이었던 강삼재 의원과 김기섭(金己燮) 안기부 운영차장 등이 95년 예산 가운데 옛 재경원 예비비와 안기부 일반회계, 옛 안기부 남산청사 매각보상금 등 1197억원을 조성해 선거자금으로 쓴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은 1심 판결을 통해 기소 내용 중 856억원만 안기부 예산이라고 인정했다.

남은 의문점은 안기부 예산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돈이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지난달 25일 “안기부 자금은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92년 대선잔금”이라고 주장해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한 핵심당직자는 “문제가 된 돈은 YS의 차남 현철(賢哲)씨가 대선 잔금을 안기부 계좌 등을 통해 관리해오던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YS는 2001년 1월 말 KBS와의 인터뷰에서 92년 대선잔금설에 대해선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부인한 뒤 “96년 총선 당시 당의 정치자금”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1심 재판은 국가가 한나라당을 상대로 제기한 940억원의 국고환수 민사 소송에서도 한나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 최악의 경우 한나라당은 당 재산 전부를 국가에 내놓아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가 최근 기자와 만나 “김대중 정부 시절 안풍사건은 당초 한나라당의 해체를 겨냥해 이뤄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유죄확정땐 ‘국고횡령’ 치명적 악재▼

▽내년 총선 정국의 ‘태풍의 눈’?=정치권에선 안풍사건이 불과 6개월 남은 내년 총선 정국의 ‘태풍의 눈’이라고 보고 있다.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진 안풍사건의 2심 재판 결과가 내년 4월 총선 이전에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심에서도 유죄 판결이 나온다면 한나라당은 “국고(國庫)를 횡령했다”는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특히 총선 승부의 분수령이 될 수도권에선 치명적 ‘악재(惡材)’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럴 경우 노무현 정부 실정에 대한 중간 평가를 앞세워 파상적인 대여 공세에 나선다는 한나라당의 선거 전략은 뿌리째 흔들릴 전망이다.

강 의원측도 2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온다면 강 의원의 법정 구속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2심 소송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소장파 “고백성사” YS측 “분열공작”▼

▽한나라당과 YS간 신경전 가열=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은 지난달 30일 대국민 사과를 했다. 소장파를 대변한 심재철(沈在哲) 의원은 1일 한 방송에 출연해 “안기부 계좌의 철저한 추적과 함께 YS도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YS의 고백성사’를 촉구했다. 최 대표가 최근 “당 밖 인사 5, 6명이 진상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YS를 우회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YS의 대변인격인 박종웅(朴鍾雄) 의원은 “엉터리 재판을 바로잡기 위한 대여투쟁은 안하고 대(對)YS 투쟁을 하는 것은 자살골을 넣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풍사건 쟁점
사안한나라당검찰, 법원, 김영삼 전 대통령측
돈의 성격―최병렬 대표, “안기부 예산 아니다”
―소장파, “YS가 진실 밝혀야”
―홍준표 의원, “YS의 92년 대선 잔금.”
―검찰, “1197억원 모두 안기부 예산.”
―1심 재판부, “1197억원 중
856억원만 안기부 예산”
―YS측, “당의 정치자금”
안기부 계좌추적 추가 여부―돈의 성격 규정 위해 추가
계좌추적 필요.
―검찰 법원, 추가 계좌 추적 불필
요 하다고 판단
국가정보원 전현직 고위 관계자 증언―국정원 직원법 개정해 권영해 이종찬 임동원 전 국정원장 등의 증인 출석 필요―법원, 국정원 직원법 관련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관련 법 개정시 증인 출석 허용할 가능성 높음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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