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씨 입국 강행 사전교감 있었나”…배경 의문 증폭

  • 입력 2003년 10월 1일 23시 52분


송두율(宋斗律) 독일 뮌스터대 교수의 친북 활동 혐의가 국가정보원의 조사에서 구체적으로 밝혀지면서 송 교수가 입국을 강행한 배경을 놓고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1일 국정원에 대한 국회 정보위의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송 교수의 혐의는 북한 노동당 서열 23위의 정치국 후보위원이 확실하고, 15만달러의 금품을 수수한 것 등 쉽게 면죄부를 받기 어려운 것들이다.

그런 탓에 송 교수가 처벌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도 입국한 배경을 놓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설을 제기하고 있다.

이날 국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한나라당 이윤성(李允盛) 의원은 “송 교수는 사전에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황에서 입국을 강행했는데, 송 교수는 독일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때 ‘내 문제는 청와대에서 깊숙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며 청와대의 개입 의혹을 정면으로 제기했다.

그는 또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이 ‘송 교수가 김철수라고 해도 처벌이 어렵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는 등 입북을 주선한 실체와 모종의 묵계가 있다”는 주장도 폈다. 같은 당 정형근(鄭亨根) 의원도 “송 교수와 관련된 모든 것이 시나리오에 의해 이뤄진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국정원의 조사 과정에서 입국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았으나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전교감설에 대해 청와대측은 “지난달 초 송 교수의 입국 문제가 처음 제기됐을 때 국정원측으로부터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정도의 보고를 받았고, 그에 따라 송 교수 문제는 국정원과 검찰이 알아서 처리할 문제로 입장을 정리했다”며 “그 이후 송 교수 문제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송 교수를 초청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측 역시 청와대와의 사전 협의는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국정원 역시 “송 교수가 처음에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다가 확실한 증거자료를 제시하자 하나씩 시인했다”고 밝혀 송 교수가 막연한 선처 가능성만 믿고 오판(誤判)한 게 아니냐는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당국이 송 교수의 혐의 사실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송 교수 쪽에 입국해서 조사만 받으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잘못된 사인을 보낸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측은 “국정원이 갖고 있는 구체적인 입증자료에 대해 알지 못했고 수사진행 상황도 보고받은 게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정원의 수사파트에서 송 교수와 관련된 각종 자료의 내용을 청와대나 법무부 등 정부 당국에 의도적으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송 교수의 입국을 유도해 국정원의 위상을 분명하게 하려 했다는 얘기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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