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이사장 송두율씨 입국 적극 개입 의혹

  • 입력 2003년 10월 3일 19시 09분


지난달 27일 방송된 KBS1 ‘한국사회를 말한다-귀향, 돌아온 망명객들’에서 광주대 언론홍보대학원장 직함으로 출연한 이종수 KBS 이사장. -KBS화면 촬영
지난달 27일 방송된 KBS1 ‘한국사회를 말한다-귀향, 돌아온 망명객들’에서 광주대 언론홍보대학원장 직함으로 출연한 이종수 KBS 이사장. -KBS화면 촬영
이종수(李鍾秀·63) KBS 이사장이 8월 말∼9월 초 독일 베를린에서 송두율씨를 만나 귀국을 설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이사장은 또 지난달 27일 KBS 1TV ‘한국 사회를 말한다-귀향, 돌아온 망명객들’에 출연해 “해외 민주화운동 인사들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하는 등 송씨의 귀국에 적극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호성 서강대 교수는 3일 “8월 26일부터 1주일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요청으로 이 이사장, 나병식 기념사업회 상임이사와 함께 베를린에서 송 교수를 만나 한국 상황을 전하고 귀국 의사를 타진했다”고 말했다. KBS의 한 간부는 “이 이사장이 독일로 가기 전 ‘송 교수가 빨리 들어와야 하는데 정부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을 꺼리고 있어 내가 중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후 이 이사장은 ‘한국 사회를 말한다’에 출연해 “해외에서의 (민주화 운동의) 흐름은 국내에서 할 수 없는 통일운동으로 갔으며, 이것이 한국 정부와 불편하게 된 원인을 제공했다. 이제는 이런 사람들을 끌어안으면서 통일운동의 기틀이 될 수 있는 힘으로 이용하는 아량을 베풀어야 한다”며 송씨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

이 이사장의 인터뷰는 이 프로그램에서 송씨가 귀국한 뒤 국정원 조사를 받으러 오가는 모습의 중간에 삽입됐으며, 직함도 ‘KBS 이사장’이 아닌 ‘광주대 언론홍보대학원장’으로만 소개됐다.

‘한국 사회를 말한다’ 제작팀은 지난달 13일부터 1주일간 베를린에 머물며 송씨가 한국행 비행기를 탈 때까지의 전 과정을 동행하며 취재해 방영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의 책임자인 황용호 차장은 “이 이사장이 송 교수와 친분이 깊고 (당시 해외 인사들의) 상황을 잘 안다고 판단해 인터뷰를 요청했다”며 “이 이사장이 인터뷰 외에 프로그램 제작에는 관여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1965년 파독 광원을 자원해 독일로 간 뒤 베를린 자유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89년까지 독일에 머무르면서 송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이사장은 송씨가 1974년 재독 한인유학생들을 중심으로 결성했던 ‘민주사회건설협의회’ 회원으로 활동했으며 85∼89년 이 단체의 의장을 맡기도 했다.

본보는 3일 이 이사장의 반론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휴대전화가 꺼져 있어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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