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씨 수사전망]“여론 안좋아… 검찰 분위기 달라져”

  • 입력 2003년 10월 3일 19시 09분


재독 학자 송두율씨(왼쪽)가 3일 오전 굳은 표정으로 서울지검에 출두하고 있다. -김동주기자
재독 학자 송두율씨(왼쪽)가 3일 오전 굳은 표정으로 서울지검에 출두하고 있다. -김동주기자
3일 재독 학자 송두율(宋斗律)씨가 소환된 서울지검에는 하루 종일 긴장감이 흘렀다.

검찰은 송씨의 혐의를 규명하고 사법처리 수위 등을 결정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인지 가급적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송씨에 대한 기소를 은연중 내비치는 등 처벌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가 엿보였다.

서울지검은 청사 1층 엘리베이터 입구에 직원 2명을 배치했다. 송씨가 조사를 받는 공안1부가 있는 9층행 엘리베이터를 차단해 취재진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였다. 공안1부는 휴일임에도 부장검사와 6명의 검사가 전원 출근했다.

서울지검 박만(朴滿) 1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송씨가 입국하기 직전 박정삼(朴丁三) 국가정보원 2차장이 독일 베를린에 머물렀다는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조사하느냐’는 질문에 “한다, 안 한다 이야기하기 거북하다”며 언급을 피했다.

박 차장은 이어 기자들의 질문이 잇따르자 “기소할 때 다 알려주겠다”고 했다가 브리핑이 끝난 뒤 “그 말은 실수였으며, 기소 여부가 결정되면 구체적으로 알려주겠다는 뜻”이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박 차장은 또 검사 출신으로 12, 14대 국회의원을 지낸 장기욱(張基旭) 변호사가 서울지검에 보낸 ‘진실은 곧 해답’이라는 제목의 의견서를 공개했다. 장 변호사가 보낸 의견서에는 서울지검 조사부 이영규(李暎珪) 부부장검사가 일간지 기고를 통해 송씨 구속을 주장한 것에 대해 “격려와 찬사를 보낸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여러 차례 말을 바꾼 송씨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안 좋아지자 사법 처리를 놓고 당초 선처 쪽으로 기울었던 검찰 내 분위기가 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오후 10시5분경 검찰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기 위해 서울지검 1층 청사에 모습을 나타낸 송씨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피곤한데 참…나중에 다 말하겠다”는 말만 남긴 채 서둘러 청사를 떠났다.

앞서 송씨는 오전 9시경 김형태(金亨泰) 변호사와 함께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서울지검에 도착했다.

검은색 양복에 푸른색 계통의 넥타이를 맨 송씨는 시종 굳은 표정이었으며 취재진에 “진실을 밝히러 왔다”는 말만 남기고 조사실로 향했다. 귀국 전 국가정보원이나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송씨는 점심 식사로 김치찌개를 먹고 30분간 낮잠을 자기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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