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핵-남북경협 엇박자 안된다

  • 입력 2003년 10월 5일 18시 51분


북한이 폐연료봉 8000개의 재처리를 끝내고 영변의 5MW급 원자로를 재가동했다고 밝혀 북핵 문제가 최악의 상황에 도달했다. 북한이 실제로 그렇게 했든, 2차 6자회담을 겨냥한 ‘협상용 엄포’이든 북핵 해결은 더욱 어렵게 됐다. 반면 남북관계는 기이하게도 장밋빛 일색이다.

오늘 평양의 유경 정주영체육관 개관식을 축하하기 위해 1100명의 남측 참관단이 방북한다. 참관단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경의선 육로를 이용해 평양으로 간다. 체육관을 지어준 현대측은 축제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100마리의 소까지 북으로 보낸다. 23일부터 제주에서 열리는 체육문화축전에는 북측 인사 5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남북장관급회담,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남북경협제도 실무협의회도 줄줄이 열리니 올 10월은 ‘남북교류의 달’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핵을 만들고 있다며 위협하는 것이 북의 진면목인가, 남북교류에 열심인 북한의 모습이 진실인가. 북의 핵위협이 고조되는데도 우리는 왜 아랑곳하지 않고 북을 돕기 위해 온갖 성의를 다하는가. 국민은 이런 현실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우리가 남북 관계에 ‘상호주의’가 필요하다고 누차 강조한 것은 이런 혼란스러운 결과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남북교류의 효용성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다만 핵무장이라는 용납할 수 없는 길을 가는 북한을 방조(방助)하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북핵과 남북경협의 엇박자가 지속될수록 수습은 어려워진다. 남북교류가 북한을 변하게 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 얽매여 북의 위협은 외면하면서 축제에 매달리는 것은 잘못이다. 남북간에 그늘과 햇볕이 공존하는데 한 면만을 강조하는 것은 ‘현실 왜곡’이다. 위협은 축소하고 축제는 부풀리려는 시각도 경계해야 한다. 남북경협이 성공하려면 최소한 남북의 실상을 제대로 보여주는 ‘정보의 균형’이라도 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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