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식 참관단 800여명을 태운 버스 30대가 6일 분단의 상징인 군사분계선을 넘어가고, 한국 연예인들의 공연을 보며 평양시민과 참관단이 함께 즐기고, 7일엔 남북한 농구선수들이 뒤섞여 뛰면서 한 민족임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런 점에서 준공식 행사는 남북한이 ‘한 핏줄’임을 재확인 하는 공간이다.
또 정주영체육관은 안타깝게도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죽음과 무관치 않다. 이 체육관의 건립에 든 돈은 현대그룹이 북한으로부터 따낸 7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독점권 대가로 지불한 5억달러에 포함돼 있다. 특별검사의 수사 결과 2000년 북한에 제공된 5억달러 가운데 5000만달러가 이 체육관 건설비로 충당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자는 ‘왜 하필 그 돈을 들여 체육관을 짓게 됐을까’라는 의문을 되씹으면서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북한에서 체육관은 단순한 운동경기장이 아니라, 대규모 군중행사를 통해 내부 질서유지 기능을 하는 곳이다. 하지만 북한 지도부가 진정으로 ‘인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 불요불급한 체육관보다는 인민의 삶의 질과 관련된 사업을 요구했어야 했다는 생각이다. 평양의 ‘체육관 거리’엔 종목별 대형 체육관이 20여개나 있다. 현대건설이 갖고 있는 최고의 시공능력을 고려할 때 평양시 외곽의 상하수도 시설도 훌륭한 경협의 상징물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생각 끝에, 1999년 출간된 뒤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된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의 내용을 떠올리게 됐다. 이 책은 현대국가를 경제번영을 위해 매진하는 (일본식) ‘렉서스 국가’와 정체성 통일을 위해 경제를 희생하는 (중동식) ‘올리브 나무의 국가’로 나눠 세계화 시대의 지구촌을 분석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북한은 전형적인 올리브 국가인 셈이다. 북한 지도부는 세계화와 개방화의 물결을 외면한 채 ‘군중대회를 통한 사회통합과 상징통일’(올리브)을 ‘인민의 삶의 질’(렉서스)보다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지도자는 국가가 무엇을 먼저 할 것인지에 대한 우선순위 결정을 통해 리더십을 보이기 마련이다. 북한 지도부는 바깥 세계에 렉서스식 결정의 사례를 통해 신뢰감을 안겨 주어야 한다. 그것이 “북한이 개혁 개방의 큰 흐름에 동참하기 시작했다”는 한국 정부의 거듭된 설명보다 훨씬 큰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란 생각이다.
김승련 정치부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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