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金壽煥) 추기경, 강원용(姜元龍) 목사, 송월주(宋月珠) 스님, 이세중(李世中) 변호사, 남덕우(南悳祐) 이현재(李賢宰) 전 국무총리, 박영숙(朴英淑) 한국여성기금이사장은 이날 저녁 고건(高建) 국무총리의 초청으로 가진 만찬에서 “재신임 결과는 물론 절차 과정도 엄청난 국론분열과 국정혼란이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강 목사는 만찬에 앞서 보도진에 “헌법에도 없는 그런 경박한 결정을 하다니 대단히 잘못됐다”며 “재신임 요청을 어떤 방법으로 할지 연구해야 하며 쉽게 처리해선 안 된다”고 충고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은 바른 말하는 참모를 둬야 하며, 총리에게 권한을 이양하고 경제와 이라크 파병 문제, 6자 회담에 집중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처음에는 야당 총수도 만나 대화를 하더니 이제는 안한다. 대통령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추기경은 “너무 어리둥절하고 지금도 놀라는 중이다. 나라가 잘 돼야 할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고, 월주 스님은 “(대통령의 결정은) 적절치 못했다. 정부와 국회가 협력해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헌법을 준수해야 하는데 대통령이 어떤 생각으로 내린 결정인지 궁금하다”고 발언 배경에 의문을 표시한 뒤 “대통령이 참담한 심정을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전 총리는 “대통령이 주워 담기 어려운 말을 했다. 왜 갑자기 그런 발언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총리가 리더십을 갖고 잘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로들은 또 “북핵과 이라크 파병 문제, 부동산 등 경제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재신임 문제까지 겹쳐 더더욱 나라가 걱정된다”면서 “정치권도 지금이 국가적 위기 상황인 만큼 여야를 떠나 지혜를 모아 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은 이날 노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을 듣고 “(나라가) 걱정스럽다”며 우려를 표시했다고 김한정(金漢正) 비서관이 전했다. 김 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이 이번 일을 굉장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 국가적으로 혼란스럽고 국민이 걱정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최대한 신중하게 말씀을 아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노 대통령의 ‘재신임 결정’에 중요한 원인을 제공한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은 기자들에게 “내가 죄를 지은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대통령이) 그런 결단을 내리게끔 마음을 아프게 해 드려서 죄스러운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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