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을 묻겠다”는 발언으로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이 충격에 휩싸였지만 외국인들이 주식을 사들이면서 종합주가지수는 20포인트가 넘는 강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외국인이 한국 증시의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와 증시를 유심히 관찰해야 한국 증시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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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으로 오르는 한국 증시=국내 주가 상승의 논리는 간단하다. 미국 경제 회복의 신호가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면서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외국인투자가들이 세계 여러 나라의 주식 보유 비중을 늘리고 있다. 한국은 그 중 하나일 뿐이다.
우리증권의 분석 결과 9일 현재 주가가 연중 최저치보다 50% 이상 오른 나라는 베네수엘라 러시아 브라질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등 모두 11개국이다.
신성호 우리증권 상무는 “43%가 오른 한국의 종합주가지수는 39개 세계 주요 지수 가운데 상승률이 16위를 차지했다”며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에서는 대만 홍콩 등 대부분 국가에서 주가가 연중 최고치에 근접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아시아 전역에서 주식 보유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무슨 종목 사들였나=10월 들어 외국인 선호종목이 달라지고 있다. 9월에는 경기에 민감하지 않은 주식과 오랫동안 소외됐던 주식을 많이 사들였다. 그러나 10월에는 다시 경기에 민감한 정보기술(IT)주와 금융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지난주(6∼10일) 외국인은 한국 시장에서 1조2631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순매수 1위 종목은 삼성전자(3279억원)였고 국민은행(1391억원) KT(79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신 상무는 “한국이 미국 경제 회복의 혜택을 본다는 전제로 경기에 민감한 IT주가 다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금융주는 지금이 최악의 상황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외국인 순매수 상위 상장 종목 | |
종목 | 금액(억원) |
삼성전자 | 3,279 |
국민은행 | 1,391 |
KT | 790 |
한화석유화학 | 708 |
삼성전자(1우) | 647 |
삼성SDI | 521 |
포스코 | 510 |
신한금융지주회사 | 456 |
호남석유화학 | 326 |
KT&G | 321 |
삼성물산 | 276 |
한진해운 | 275 |
LG화학 | 271 |
현대자동차 | 257 |
한국전력공사 | 257 |
한국타이어 | 236 |
신세계 | 200 |
하나은행 | 192 |
LG카드 | 148 |
삼성증권 | 146 |
10월 6~10일 자료:증권거래소 |
▽기업 실적과 경제 지표가 열쇠=외국인들이 최근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투자 지표는 미국 주요 기업의 실적과 경제 지표.
10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는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실적 발표가 최대의 관심사였지만 3·4분기 수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주요 지수가 보합권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 발표되는 미국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한국 기업의 주식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4일 발표되는 인텔과 모토로라의 실적과 16일 e베이 및 노키아의 실적은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한국 IT주의 등락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눈여겨보아야 할 경제 지표는 두 가지. 15일에는 미국 소매판매 금액이 발표된다. 8월 미국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0.6% 늘었지만 9월은 0.2%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16일에는 미국 산업생산 지표가 나온다. 이 지표는 8월 전달보다 0.1%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9월에는 0.4% 증가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많다.
홍춘욱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제 지표가 ‘1승 1패’ 정도로 예상돼 주요 기업 실적이 세계 증시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합주가지수는 연중 최고치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인의 돈이 지수 750선 위에서 기다리고 있는 팔자 물량을 소화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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