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재신임 정국]'생각' 많아진 高총리

  • 입력 2003년 10월 12일 19시 18분


노무현 대통령이 11일 국무위원 전원의 사표를 반려하면서 고건 국무총리(사진)에게 “국정 중심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하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줌에 따라 ‘재신임’ 정국에서 고 총리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 총리는 노 대통령의 ‘재신임’ 선언 이후 적극적이고 신속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노 대통령의 재신임 발표가 있던 10일 저녁 곧바로 사회 각계 원로들과 간담회를 가진 그는 11, 12일 두 차례의 국무위원간담회와 국정정책현안조정회의를 잇달아 주재하면서 정국수습책 마련을 주도했다. 이번 주 후반엔 대국민담화도 발표할 계획이다.

고 총리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총리실 주변에선 “대통령이 나서서 총리의 역할을 강조하며 무게를 실어 주고 있으니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당분간 고 총리가 내각을 강하게 장악하면서 국정 과제를 밀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11일 기자회견에서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 전체가 사표를 제출해 자칫 그들에게 오늘의 상황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비칠 수 있으나 그들이 책임질 일이 아니다”라며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고 총리는 또 노 대통령이 재신임 결정의 배경으로 정치권, 특히 야당의 발목잡기를 비난함으로써 앞으로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청와대와 한나라당간의 관계 조정에도 나서야 할 입장이다. 이는 당분간 그의 활동반경이 계속 커질 수밖에 없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고 총리는 15일 낮 여의도에서 국회의장단을 상대로 ‘국정설명회’를 갖고 국회 차원의 도움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어 이날 저녁에는 4당 정책위의장을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초청해 ‘정책협의회’를 갖고 민생 경제 법안들의 정기국회 처리에 대한 협조를 당부할 방침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갈수록 고 총리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그의 행보가 자칫 국민을 상대로 한 고도의 정치행위로 비칠 만한 소지가 전혀 없지 않기 때문이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그는 대통령제에서 총리의 한계를 누구보다도 명확히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다. 고 총리에 대한 기대와 요구의 수위도 높아 가고 있지만 신중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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