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매대(판매소)가 설치돼 그림과 기념품 등을 팔고 있는 것. 만경대는 북한 김일성 주석 생가(生家)가 있어 북한 주민들에게는 ‘성지(聖地)’로 통하는 곳. 충격은 계속됐다. 누군가가 “가격을 깎아 달라”며 흥정을 시작하자 값이 내려갔다.
▽북한이 채택한 변동환율제=최근 아사히신문이 보도한 ‘변동환율제 도입’(본보 6일자 A2면 참조)은 일부가 사실로 확인됐다. 북한측 안내원은 “평양시내의 협동거래소에서 현재 달러당 920원으로 원화환율을 적용하고 있다”며 “달러당 환율이 900원에서 930원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공식환율은 달러당 150원이지만 이 가격에는 북한 주민들이 달러를 내놓지 않자 주민들에 대해서는 암시장 시세를 인정한 것. 그러나 아직도 외국인이 달러를 북한 원으로 바꾸려면 달러당 150원을 적용하는 이중환율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시장’과 ‘이윤’ 논리가 침투하고 있는 북한 경제=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 사례가 목격되기도 했다. 6일 개성∼평양간 고속도로 중간에 있는 서홍찻집(휴게소)에 들렀다. 여기에선 옛 맛을 간직하고 있는 사과와 배가 인기를 끌었다. 가격은 1유로에 5개.
그런데 9일 서울로 돌아올 때에는 똑같은 사과와 배가 1유로에 3개씩 팔렸다. 수요가 늘자 재빨리 가격을 올린 것. 시장원리가 작동한 것이다.
고객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북한은 병뚜껑 제조기술이 떨어져 들쭉술은 중간에 술이 새기도 한다. 그런데 평양고려호텔 판매점에서는 일일이 뚜껑 둘레를 밀봉해서 판매하고 있었다. 판매원은 “술이 샌다는 얘기가 나와서…”라고 설명했다.
▽닭을 키우는 평양 아파트=북한은 지난해 7월 ‘북한판 경제개혁조치’인 경제관리개선조치를 단행했다. 임금과 물가를 인상하고 기업 자율권을 확대하는 것이 골자. 이 때문에 부업 열풍이 불고 있었다. 집과 아파트 주변 공터에서 채소를 재배하고 있었다. 평양 고층아파트에선 닭 우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북한 안내원은 “평양 각 구역(남측의 구에 해당)에 농민시장을 상설화한 종합시장이 들어섰거나 건설 중에 있다”며 “이제 개인이 옷을 만들어 팔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여기에 세금도 매기고 있다고 한다.
▽아직도 갈 길은 멀다=최근 전력 사정이 개선됐다는 평양도 밤에는 선전물 외에는 모든 가로등을 꺼놓아 ‘암흑도시’였다. 종합시장도 국가가 가격상한제를 통해 여전히 통제하고 있었다. 북한 경제는 크게 바뀌고 있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었다.
평양=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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