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지금까지 최씨가 지난해 대선 이후 SK측에서 ‘잘 봐달라’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비자금 11억원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고교 선배인 이모씨(66)를 통해 전달받은 혐의를 밝혀냈다.
검찰은 최씨가 SK에서 비자금을 받은 행위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죄와 정치자금법 위반죄를 동시에 적용했다.
최씨가 받은 돈이 포괄적 청탁의 대가일 수도 있고 아무런 대가가 없는 정치자금일 수도 있다는 ‘상상적 경합’이라는 법률적 판단을 내린 것이다.
상상적 경합은 1개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되는 경우에 적용된다. 예를 들어 1개의 폭탄을 터뜨려 여러 명을 살인했을 경우, 범인에게 적용되는 살인, 폭발물사용, 영아살해죄 등이 이에 해당된다. 법원은 이에 대해 1개의 형으로 처벌하되 가장 중한 죄로 처벌해야 한다.
검찰이 최씨의 혐의를 개인 비리로 단정했을 경우 앞으로 이를 넘어서는 새로운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상당한 논란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 같은 ‘묘수’를 선택했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그렇지만 최씨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됨으로써 자금의 최종 수령자에 대한 논란은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선 때 최씨는 노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하며 민주당 부산 선거대책위원회 회계책임자를 맡았다.
따라서 당시에 SK측이 전달한 돈은 최씨가 직접 받긴 했지만 사실상 노 대통령을 위한 정치자금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씨가 검찰에 출두한 뒤 정치자금이라고 주장한 경위도 석연치 않다. 이와 관련해 최씨가 한때 검찰 조사에서 “SK측은 나를 보고 돈을 전달한 것이 아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는 말까지 검찰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만일 최씨가 앞으로 SK비자금이 자신을 위해 제공된 돈이 아니라고 계속 주장할 경우 노 대통령이 직접 해명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정황 때문에 최씨가 정치자금의 최종 수령자라는 수사 결론이 나올 경우 일반인들이 쉽게 납득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검찰이 최씨의 금품 수수 행위의 대가성에 대해 애매한 처분을 내린 것은 돈의 성격 규명과 관련해 진실 규명에 자신감이나 의지가 없기 때문이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최씨가 받은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노 대통령을 위해 사용된 정황이 확인되면 이 같은 논란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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