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라크 파병여부 결심할 시기 됐다

  • 입력 2003년 10월 17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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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채택으로 이라크에 유엔이 승인한 다국적군을 파병할 수 있는 국제적 근거가 마련됐다. 정부가 이라크 파병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는 국제여론의 방향이 분명해진 것이다. 결의안은 유엔의 권한을 강화하고 이라크인의 주권을 명확히 인정해 안보리 15개국 전체의 지지를 얻었다. 다국적군이 이라크의 안정과 독립을 돕기 위해 파병된다는 점을 밝힌 것도 의미가 크다.

국제적 명분이 마련된 이상 정부는 본격적으로 파병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 파병 여부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상당한 병력을 외국에 보내는 선택인 만큼 파병할 경우에 대비한 준비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국민의 찬반 의견은 미국의 파병 요청이 알려진 9월 초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 의해 이미 드러났다. 조사 주체에 따라 편차를 보이기는 했으나 유엔 결의를 전제로 하면 파병 찬성 의견이 우세한 것이 전반적 추세다. 국익과 관련한 문제를 흑백논리로 재단해 한쪽 편을 들어서도 안 되지만 국론이 한 방향으로 결집되기를 무한정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내외 여론, 국익, 한미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본란에서 국제공조와 주권에 따른 판단을 강조하면서 찬반 의견을 밝히지 않은 것은 대통령이 고도의 정치적 판단으로 결정해야 하는 파병 문제의 성격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20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다음 달 한미 연례안보협의회 등 우리의 의중을 미국측에 밝혀야 할 행사들이 기다리고 있다. 정부가 여론수렴을 내세워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인식을 준다면 한미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재신임 파문으로 정국이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파병을 국내 문제와 연계시키는 근시안적인 대응도 없어야 한다. 정부는 중대한 결정을 놓고 책임을 회피하기보다는 결단을 내린 뒤 반대하는 국민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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