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광재 사표’ 인적쇄신 계기로

  • 입력 2003년 10월 19일 18시 24분


노무현 대통령의 386 핵심 측근으로 ‘정보와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이광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사표를 제출했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국정 농단의 중심인물’로 여겨져 온 그가 뒤늦게나마 물러나기로 한 것은 그에 대한 평가의 진위를 떠나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

38세 된 대통령비서관 한 명의 거취를 놓고 정치권이 그토록 시끄러웠다니 나라 모양이 우습게 됐다. 국정 운영에서 그가 차지했던 비중이나 그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얼마나 컸으면 통합신당 내에서 ‘사약을 받을 정도’란 비난까지 나온단 말인가.

문제는 노 대통령의 잘못된 인사에 있다. 뜻이 맞으면 능력이나 경험은 따지지 않는 ‘코드인사’가 결국 오늘의 사태를 부른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이 실장뿐 아니다. 정부 요직에 함량미달의 아마추어 인사가 한두 명이 아니라고 한다. “측근끼리 권세 나누고 독점해서 국정이 망가지고, 정부 지지도가 10%대로 떨어졌다”는 한 신당 의원의 한탄은 ‘재신임 정국’까지 오게 된 원인을 대변하는 셈이다.

노 대통령이 이 실장의 사표를 수리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하지만 온정주의로 화를 자초하는 일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이 기회에 이 실장뿐만 아니라 문제가 드러난 인사를 정리해야 한다. 그래서 대통령 주변을 일류의 프로들로 다시 짜야 한다.

노 대통령은 어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에 앞서 재신임 국민투표 후 내각과 청와대를 개편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는데 옳지 않다. 더구나 지금 정치상황은 국민투표 실시가 어려워지는 쪽으로 가고 있다. 노 대통령은 하루빨리 인적 쇄신의 단안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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