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신당과 코드 안맞아”…이라크파병 등 '엇박자'

  • 입력 2003년 10월 22일 19시 04분


“신당에 별로 기대할 것도 없다.”

최근 청와대 일각에서 통합신당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신당에서 연일 청와대를 대놓고 공격하는데다 노무현 대통령이 고심 끝에 내린 이라크 파병 결단에 대해서도 ‘엇박자’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신당이 내년 총선에서 다수당만 돼준다면 노 대통령의 개혁입법 추진을 뒷받침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관계재정립 문제를 근본적으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신당에 ‘개성이 강한’ 의원들이 많이 모여 있는 것도 청와대로서는 부담이다. 대통령이 일단 결단을 내리면 논란이 있다가도 따라줘야 하는데 이들은 ‘토를 다는’ 습성이 배어 있어 제대로 된 여당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져 있는 청와대를 구석으로 몰아세우는 데 대한 서운함도 묻어 있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공천권도 없는 마당에 신당이 설령 총선에서 이긴다고 해도 대통령의 말이 먹혀들 리 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대통령과 신당이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이 때문에 청와대 안에서는 신당에 연연해하지 말자는 주장이 차츰 세를 얻고 있다. 대통령이 정당과 정파를 초월하면서 국회 전체를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총선 이후 다수당에 내각을 내주고 대통령은 국정과제라는 큰 그림만 그리겠다는 방침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신당 쪽에서도 청와대와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노 대통령의 지지도가 급락한 상황에서 ‘노무현당’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는 계산에서다. 또 노 대통령의 386참모들을 정면 공격해야 내년 총선에서 유리하다는 속셈도 깔려 있는 듯하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