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말 취임 직후 언론과 대립각을 세웠던 그가 22일 30여명의 기자들과 저녁을 먹고 연극을 함께 봤다. 이 장관이 이날 ‘기자 동반 연극관람’ 행사를 갖자 언론에 대한 이 장관의 화해 제스처가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이 장관은 민감한 질문을 피해가는 ‘여유’도 보였다. 이 장관이 기자의 질문에 정색하지 않고 넘어간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스크린 쿼터 축소 시사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 장관은 “오늘은 연극 이야기만 합시다. 내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나올 텐데…”라며 웃었다. 이 장관의 입을 주시했던 기자들도 함께 웃을 수밖에 없었다. 장관 스스로는 이날 행사에 대해 “연극에 대한 관심 제고 차원”이라며 ‘확대 해석’을 꺼렸다.
이 장관이 관람한 연극 두 편에 대해서도 유사한 해석이 나왔다. 이 장관은 서울공연예술제 초청작인 ‘윤대성 페스티벌-이혼예찬’ 시리즈의 2부 ‘이혼의 조건’을 혼자 본 뒤, 3부 ‘당신 안녕’은 기자들과 함께 봤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혼의 조건’의 연출자가 지난달 ‘연극인 100인 선언’을 주도하며 장관의 문화예술정책을 정면 비판했던 정진수 성균관대 교수라는 점. 또 ‘당신 안녕’의 연출자 김영수씨(극단 신화 대표)도 ‘100인 선언’을 함께 주도했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문화부 백익 예술국장은 “연극은 장관의 일정을 고려해 정한 것”이라며 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이 장관은 연극을 본 뒤 연극인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잠시 ‘긴장된’ 토론도 벌였다. 정 교수는 “문화부의 예술지원정책 방향에 관해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주 만나면 서로 입장을 이해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장관은 오후 11시경 간담회 자리에서 일어섰다. 연극 관람까지 포함하면 6, 7시간을 연극인들과 보낸 셈이다. 그런 이 장관의 모습은 국정감사장에서 언론문제 등으로 국회의원들과 낯을 붉힐 때보다 훨씬 더 ‘문화장관’다웠다.
허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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