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이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임을 의식한 듯 “불법적인 돼지저금통 모금과 각종 허위 폭로로 유권자를 속인 노무현 정권은 국민적 정통성에 하자가 있다. 국민투표도 할 필요가 없다”며 ‘하야’ ‘탄핵’ 등을 주장하면서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이에 열린우리당(구 통합신당) 의원들은 무책임한 ‘대통령 흔들기’를 즉각 중단하라고 맞섰다.
김기춘(金淇春·한나라당) 의원은 “노 대통령이 (최도술씨 비리에 대해) ‘나는 모른다고 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은 비리에 연루됐음을 자백한 것이나 다름없고 이는 탄핵사유다. 탄핵되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라”며 하야를 촉구했다. 홍준표(洪準杓·한나라당) 의원도 “노 대통령이 실각한 필리핀의 에스트라다를 닮아가고 있다. 이제 그만 국정혼란 경제파탄 민생파탄의 책임을 지고 사임하라”고 가세했다.
홍 의원은 대통령 재신임 투표를 미국 캘리포니아주지사 선거와 같이 후보자를 정해 놓고 실시하는 ‘대안제시형’으로 치를 것을 제안한 뒤 “야 3당은 국익을 중심으로 굳게 뭉쳐 국민후보를 옹립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박창달(朴昌達·한나라당) 의원도 “참여정부의 부도덕성과 대통령 최측근의 11억원 뇌물수수에 대한 면죄부를 주기 위해 국민 혈세 860억원을 낭비할 수는 없다. 대통령직을 떠나려면 지금 떠나야 한다”고 공격했다.
이에 천정배(千正培·우리당) 의원은 SK비자금 사건 등을 거론하며 “한나라당은 남의 허물을 탓하기 이전에 자성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 직후 (국민투표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하더니 재신임에 대한 국민 지지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자 재빠르게 입장을 바꿨다”고 힐난했다.
김희선(金希宣·우리당) 의원도 “야당 의원들이 탄핵이니 하야니 하며 대통령 교체를 말하는데 한나라당의 그런 의견까지도 포괄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 재신임 국민투표다”며 국민투표 시행을 촉구했다. 고건(高建) 국무총리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하야 건의 촉구에 대해 “현 시점에서는 재신임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 짓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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