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까지 정국 주도권잡기…총선前 '포괄적 해결방안'구상

  • 입력 2003년 10월 23일 18시 51분


싱가포르를 국빈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가운데)이 23일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에서 기자단과 조찬 간담회를 갖고 있다. -싱가포르=박경모기자
싱가포르를 국빈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가운데)이 23일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에서 기자단과 조찬 간담회를 갖고 있다. -싱가포르=박경모기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3일 싱가포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주말로 예정된 4당 대표와의 연쇄회동에서 재신임 국민투표의 시기 조정과 지난해 대선자금의 공개 문제를 함께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SK비자금 사건으로 불거진 대선자금 문제가 재신임 정국과 맞물려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이날 국민투표 시기 조정 의사를 밝힌 것도 정치권의 ‘선(先) 대선자금 진상 규명’ 요구를 수용해 먼저 대선자금 문제를 매듭지은 다음 재신임 절차를 밟는 포괄적 해법을 찾고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대선자금 문제에 대해 “해결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해 4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대선자금 공개 방법과 절차에 관한 정치적 합의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대선자금을 다 밝히라고 하니, 나만 밝히면 끝나나 싶어서 이 문제를 의논해 보려 한다”고 말해 확실한 정치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먼저 대선자금을 공개할 용의도 있음을 시사했다.

노 대통령은 6월 기자회견에서 “여야 대선자금을 동시에 공개하자”고 제안했었고 최근에는 “검찰 수사와 고백성사, 필요하면 대사면과 제도개혁의 과정을 거쳐 해결하자”고 밝힌 적이 있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이 같은 범주 내에서 정치적 해법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노 대통령은 재신임 국민투표 실시를 거듭 천명함으로써 내년 4월 총선까지 ‘재신임 카드’를 앞세워 정국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다음은 기자간담회 문답.

―재신임 문제에 어떤 복안을 갖고 있는가.

“과반수를 갖고 있는 정당에서 취임 4개월부터 재신임, 퇴진을 시사하는 말이 나왔다. 그래서 쉽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안 된다고 하니 만나서 의논해봐야 하지 않겠나. 대선자금은 누가 유리하냐, 불리하냐를 떠나 해결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주로 내 부덕함과 역량 부족에 기인한 것이겠지만 협력하는 정치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미국의 ‘대북 안전보장’ 제안이 이라크 추가 파병 결정의 대가는 아닌가.

“한미 양국처럼 오래된 관계에서는 하나하나 교환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무리다. 북핵문제는 국내외 모든 문제를 다 합친 것보다 중요한 문제다. 일이 충돌할 때 모든 문제에 우선해 북핵 문제 해결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 북핵 문제가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선 미국과 돈독한 협력관계로 가는 게 훨씬 유리하다.”

싱가포르=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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