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이라크 북부에 추가 파병이 예상되는 한국군은 어떤 환경에 처하게 될까.
6개월간의 파병을 마치고 최근 귀국한 건설의료 지원단(서희, 제마부대) 1진 장병들은 한결같이 주둔 여건이 결코 녹록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먼저 마주치는 복병은 기후. 한낮엔 영상 50도를 웃도는 고온 때문에 온몸이 금세 땀으로 흠뻑 젖고 심할 경우 일사병과 열사병에 걸린다. 그나마 건조한 탓에 그늘에선 견딜 만하지만 천막 등 밀폐된 공간은 한증막을 방불케 한다.
이 때문에 장병들은 이라크로 가기 전 쿠웨이트에서 열흘간의 적응기간을 거쳐야 했다.
제마부대의 한 관계자는 “이 기간 중 1인당 하루 1.5L짜리 생수 3병을 의무적으로 마셨지만 대부분 땀으로 배출돼 하루 소변횟수가 1, 2번에 불과했다”면서 “평소처럼 물을 마시면 탈수 증세를 겪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예측 불허의 모래바람도 만만치 않다. 강력한 모래바람은 하루 몇 차례씩 불고 2, 3일씩 지속되기도 한다. 일단 모래바람이 불어 닥치면 모든 부대활동이 중단되고 의료장비나 기기 등은 밀폐용기에 보관해야 한다. 이라크 파병 1진의 경우 차량들을 새것으로 가져갔지만 모래바람 때문에 에어컨 장치가 장애를 일으키는 등 잔 고장에 시달렸다. 한 장병은 “주둔 초기 더위 때문에 개방한 천막 안으로 모래바람이 덮쳐 모든 게 모래범벅이 됐다”면서 “환자들의 상처도 모래바람에 묻어온 세균 등에 오염돼 치료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식사 여건도 나쁘다.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에 주둔했던 1진 장병들의 경우 최근 식당이 마련되기 전까지 아침, 저녁은 미군 전투식량으로, 점심은 한국군 전투식량으로 해결했다. 미군 전투식량의 경우 소시지와 통조림, 와플, 비스킷 등으로 구성돼 있고 한국군 전투식량은 김치볶음밥과 쌀밥 등 데워 먹는 1형과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 건조동결식품으로 된 2형이 있다.
서희부대 1진의 한 장교는 “미군 전투식량은 도저히 입맛에 맞지 않아 사실상 점심 한 끼로 때운 셈”이라며 “그나마 특전사 요원들의 경우 경계임무의 특성상 끼니를 거를 때가 많아 몸무게가 6∼7kg씩 빠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식수는 현지에서 조달한 생수를 사용했고 별도의 샤워장이 있지만 1인당 샤워시간을 3분으로 제한해 물을 절약토록 했다. 선글라스와 고글은 필수장비이고 입술 보호크림도 필요하다.
한편 주둔 초기 악조건 속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장병이 피부병과 열사병, 설사, 탈수 증세로 치료를 받아야 했다. 또 밤에는 기온이 영상 14∼17도까지 떨어져 일교차가 30도 이상이다 보니 감기 환자도 적지 않다. 제마부대의 한 관계자는 “비교적 안정된 남부지역이어서 긴박감은 없었고 주둔기간 중 총격전도 일어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현지 미군들에게서 북부지역은 훨씬 위험해 고강도의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라크 현지 주둔여건 | |
기 온 | 한낮 영상 50도, 밤에는 영상 15도. 하루 최소 4L 이상의 식수 섭취 필요. |
모래바람 | 예측불허. 발생시 모든 부대활동 중단. 각종 기기 고장 및 질환 악화 초래. |
식 사 | 별도 식당이 없을 경우 미군 전투식량, 한국군 전투식량으로 해결 |
식 수 | 현지에서 생수 조달. 별도 샤워장 마련시 샤워시간 3분 이내로 제한 |
필수장비 | 선글라스, 고글, 입술보호크림 |
질 환 | 열사병, 일사병, 탈수, 설사 |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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