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고백 후 대사면론
열린 우리당(구 통합신당)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는 24일 의원총회에서 “1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제안한 것처럼 정치권이 먼저 고백하고 문제가 있으면 검찰이 조사해서 그 조사결과가 고백한 사실과 맞을 경우 사면토록 하자”고 거듭 제안했다. 그는 특히 “국회의장 직속이든 국회 정치개혁특위 내 자문기구든 범국민정치개혁위를 구성해 대사면 여부와 판단 방법, 정치개혁특별법 제정방향 등을 논의하자”는 구체적 방법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전면고백과 철저한 검증’이 전제된다면 김 대표의 해법도 하나의 방안일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사면론이 자칫 한나라당과 담합해 검찰의 수사의지를 꺾으려는 시도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많았다.
우리당의 한 당직자도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며 “노 대통령의 정확한 의중도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면을 거론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신중론을 폈다.
민주당은 ‘정치자금 사면론’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조순형(趙舜衡)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면 공개하자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충격적인 실태를 알게 될 국민들이 사면해주자는 주장을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박상천(朴相千) 대표도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이 최돈웅(崔燉雄) 의원의 SK비자금 수수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것을 이용해 노 대통령이 최도술 총무비서관 비리와 대선자금 문제를 적당히 사면하게 하려는 정략 아니냐”며 “대통령과 다수당이 야합해 대선자금을 불문에 부친다면 용납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사면 법리논란과 국정조사 특검론
실제 법리상으로도 선거자금 대사면은 불가능하다는 게 율사출신 의원들의 다수 견해다. 법무부장관을 지낸 박 대표도 “지나간 범죄에 대해 법을 만들어 사면한다는 것은 위헌이다. 특정한 범죄에 대해 불문에 부치려면 일반사면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때문에 지난해 여야 대선자금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모든 것을 밝혀야 한다며 공세에 나섰다. 박 대표는 “검찰은 이미 수사에 착수한 최도술, 최돈웅 사건의 범죄 사실을 엄중 수사할 책무가 있다. 검찰이 대선자금에 숨어있는 엄청난 뇌물사건을 덮으려는 정략에 흔들린다면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해 국민 앞에 진실을 밝히겠다”고 경고했다.
한나라당은 ‘고백성사 후 사면’이 성사되려면 여야 형평에 맞는 검증절차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특검수사를 통한 진실규명 후 국민의 이해를 구하자’는 입장을 전달할 방침이다. 현재로선 ‘선 고백성사론’과 ‘특검을 통한 여야 대선자금 동시 공개 검증’이 가장 유력한 해법이라는 입장이다.
▽청와대의 해법은
청와대는 한나라당으로 불똥이 튄 SK비자금 파문을 계기로 노 대통령이 평소 정치자금 해법으로 강조해 온 ‘철저한 조사→정치권의 고백성사→대사면→제도개혁’의 방안이 실현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이런 맥락에서 25, 26일의 4당 대표 연쇄회동을 통해서도 노 대통령이 강조해온 ‘깨끗한 정치와 투명한 정치’를 실천할 수 있도록 여야 대표들을 설득하겠다는 태세다. 다만 이병완(李炳浣)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철저한 검증이 따르는 고백성사를 해야만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철저한 진상조사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청와대는 정치자금에 대한 국정조사나 특검을 해도 결코 손해 볼 게 없다는 기류다. 무엇보다 대선자금 문제의 경우 금액 면에서 한나라당에 비해 보잘것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대선자금 문제에 대해서는 이회창(李會昌) 후보도 노무현 후보도 신경을 안 썼던 게 사실”이라면서 “이번 기회에 정치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자금 해법 정치권 입장 비교 | |||
| 대선자금 공개 | 대사면 | 국정조사 및 특검 |
청와대 | 4당 대표에게 자진 공개 설득 | 철저한 검증이 따르는 고백성사해야 국민 납득할 것 | 검찰수사에 맡길 일 |
한나라당 | 중진-먼저 나서 공개하지는 않겠다, 소장파-깨끗이 공개해야 | 여야 형평에 맞는 동시공개 검증 절차가 선행돼야 | 여야에 대해 같은 수준의 검찰수사가 더 필요 |
민주당 | SK비자금과 대통령 측근비리의 진상이 밝혀진 뒤 공개 방법과 대상 등을 논의 | 국민의 뜻과 다르기 때문에 어려울 것(사실상 반대) | 검찰수사가 미진하면 국정조사 단독으로라도 발의. 특검 도입도 검토 |
열린우리당 | 대선자금뿐 아니라 정치자금 전반을 공개해야 | 철저 검증 후 사면 여부는 대통령의 정확한 의중 확인한 뒤 논의 | 검찰수사에 일단 맡겨야 |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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