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공방으로 돌아가선 안 된다

  • 입력 2003년 10월 26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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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4당 대표와의 연쇄 회동이 끝났다. 정국 혼란을 수습할 계기가 되기를 바랐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해법은 더욱 자명해졌다. 대선자금에 관한 한 여야 모두 전모를 밝히고 검증을 받은 후 책임질 일 있으면 지라는 것이다. 국민의 심판은 그 다음이다. 본란은 이미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고백성사임을 강조했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전면적인 특검 실시를 제의했지만 그럴 상황은 아니다. 최돈웅 의원 사건만 하더라도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나라당은 특검을 거론하기에 앞서 대선자금 전모를 스스로 공개하고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그것이 바른 순서다.

노 대통령은 정치권이 합의하면 특검도 가능한 것처럼 얘기했는데 특검이 되려면 여야가 특별법 제정부터 해야 한다. 관련 협상이 잘 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지루한 협상과정에서 정치공방만 벌이다가 결국 과거처럼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자금 개혁의 소중한 기회를 다시 이런 식으로 흘려버릴 수는 없다.

전제되어야 할 핵심적 조건은 검찰의 공정한 수사다. 여당 비리는 덮어둔 채 야당만을 겨냥한다는 오해를 사서는 안 된다. 검찰은 노 대통령의 측근인 최도술씨 비리사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도 핵심 의혹인 대통령의 연루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안 했다. 여당이라는 우리당의 대선자금 비리의혹도 수사가 되고 있기는 한 것인지 국민은 알지 못한다. 이런 의혹들이 명쾌히 풀리지 않는다면 야당은 물론 국민 누구도 수사 결과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회동에서 재신임 국민투표에 대해 위헌 여부를 사전에 묻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우리는 그동안 재신임 국민투표는 위헌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국정 난맥을 해소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 재신임 문제 하나만이라도 빨리 정리해야 한다. 정치공방으로 시간을 끈다면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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