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따로 참모 따로’=이라크 파병과 관련해 청와대 내에서는 연일 딴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이런 분위기는 박주현(朴珠賢) 대통령국민참여수석비서관이 결정적으로 불을 지폈다. 그는 21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내부에 파병 반대 목소리가 있음을 전한 뒤 “개인에게 진퇴의 자유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23일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소속으로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총괄간사로 파견근무 중인 임원혁(林源赫) 박사가 이라크 파병 반대를 이유로 청와대 파견근무를 그만두고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이런 기류는 대통령자문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 일부 위원들의 ‘동반사퇴’ 움직임으로 확산됐다. 이들은 “대통령 뜻과 내 소신이 다른데 어떻게 일하겠느냐”며 이라크 파병이 결정되면 집단행동 움직임까지도 불사할 태세다. 청와대 내 불협화음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종석(李鍾奭) 사무차장도 한몫했다. 그는 27일 “이라크 추가 파병 규모는 2000∼3000명 선이 될 것”이라고 밝혀 파병 규모를 둘러싸고 새로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광재(李光宰)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의 사퇴를 전후해 일부 비서관들이 보인 행동에 대해서도 뒷말이 많다. 김용석(金用錫) 인사비서관은 시민단체 활동을 위해 사표를 냈다고 하지만 ‘내년 총선출마를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노 대통령이 8월 청와대 개편 때 “총선출마 희망자들은 이번에 다 나가라”고 한 지 2개월 만이다. 이 전 실장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송치복(宋治復) 국정홍보비서관이 5개월반 만에 사표를 낸 이유도 불분명하다.
▽대통령 탈(脫)권위 행보 오해한 탓?=청와대의 한 비서관은 “아무리 토론을 하더라도 일단 결정되면 자신의 뜻과 맞지 않더라도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 것이 청와대 참모의 도리”라며 일부 참모들의 행동에 불만을 털어놨다. 김대중(金大中) 정부에서 비서관으로 근무했던 한 인사도 “비서는 말이 없어야 하는데 참여정부의 청와대 참모들은 너무 개성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정부부처 출신의 한 비서관은 “중소기업에서도 사장 말을 이처럼 거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부 참모들은 “노 대통령의 탈권위 행보가 직원들에게는 무(無)권위로 받아들여지는 게 아닌가 싶어 무척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대통령 영(令)이 서지 않은 주요 사례▼
▽박주현 대통령국민참여수석비서관 발언(10월 21일)=청와대 내부에서 이라크 전투병 파견은 절대 안된다는 심각한 분위기가 있고 대통령도 알고 있다. 참여정부의 성공과 실패에 책임지는 자세를 갖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개인에게 진퇴의 자유도 인정해야 한다.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임원혁 총괄간사 사의표명의 변(23일)=청와대가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는 것을 보고 청와대에서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구상하는 데 있어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한국개발연구원(KDI)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일부 위원 발언(24일)=파병은 하더라도 전투병 파견은 곤란한 것 아니냐. 정책기획위 위원 중에 몇몇은 전투병 파견시 사퇴하겠다는 뜻을 함께하고 있다.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발언(27일)=미국의 요청 규모 등을 감안해 2000∼3000명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18일 추가 파병을 결정한 이후 파병 규모와 관련한 다양한 얘기들이 나왔으나 대부분 과장된 것이다.
▽김용석 대통령인사비서관 사표 제출(27일)=내년 총선 때 열린우리당의 당적으로 경기 부평갑에서 출마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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