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한나라당 이한구(李漢久) 의원의 질문이었다. 이 의원은 “경의선 등 남북한 철도와 도로 연결 공사를 위해 정부가 1000억원이 넘는 세금을 집행하면서 현대아산이 포함된 컨소시엄과 수의계약을 했다”고 특혜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정 장관은 “북쪽에서 공사를 하다 보면 명단에 없는 운전사가 1명만 포함돼도 문제가 생기는 만큼 금강산관광을 주도해 온 현대아산의 대북 접촉경험이 곧 경쟁력”이라며 특혜라는 지적을 반박했다. 그는 또 “(비무장지대라는) 특수지역에서의 공사에선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이 의원이 “그렇다면 왜 통일부가 관련 문서를 ‘공개하지 말라’고 지정했느냐”고 따지고 들자 정 장관은 결국 “조달청에 업무를 의뢰할 때 대북사업 경험을 존중해 달라는 의사표시 정도는 했다”고 간접적으로 현대 쪽을 거든 사실을 시인했다.
정 장관은 이어 “현대아산이 금강산관광 사업을 추진하며 남북간 긴장 완화에 견인차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자금사정이 나빠졌다. 통일부로선 솔직히 말해서 부담이 안 될 수 없다. 조달청이 난색을 표시하지 않는다면 도리상 조금은 그런 추천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속내를 솔직히 털어 놓았다.
이 의원은 정 장관의 호소성 답변에 “정부가 (다른 기업에도) 공평한 기회를 주면서 일을 처리해야 한다. 변칙을 사용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하라”고 거듭 다그쳤고, 정 장관이 “변칙을 쓰지 않고, 호소하고 설득해 가면서 하겠다”고 답해 논쟁은 일단락됐다.
정 장관의 이날 발언에는 정부와 ‘2인3각’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하다가 회사가 기우는 처지에 빠진 현대아산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그대로 녹아 있는 듯했다.
그러나 이날 정 장관과 이 의원의 공방을 지켜보면서 지울 수 없었던 의문은 ‘투명성’과 ‘형평성’을 강조해 온 참여정부의 행정방향은 어디로 갔는가 하는 것이었다.
물론 남북경협에 기여한 현대의 공로는 인정돼야 하고 적절히 보상받아야 한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특혜’로 이를 보상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엔 맞지 않는다. 민간의 대북사업을 뒷받침할 때도 정도(正道)를 걸어야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정 장관이 되새겼으면 한다.
김승련 정치부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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