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黨창당 진통…지도부 직-간접 선출 놓고 세대갈등 심화

  • 입력 2003년 11월 2일 18시 44분


11일 창당을 앞둔 열린우리당의 내홍(內訌)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3인 공동 창당준비위원장 임명을 둘러싼 내부 갈등은 ‘세대 갈등’으로 번지다가 드디어 ‘창당 일정 조절론’까지 나오고 있다.

▽내년 총선 간판 놓고 이견=“신당이 구정치를 답습할 가능성이 있다”며 목소리를 높여온 신기남(辛基南) 천정배(千正培) 김영춘(金榮春) 등 초재선 의원 15명은 3개월 후 선출할 정규지도부를 직선제로 뽑아야 한다고 고집하고 있다.

또 윤석규(尹錫奎)씨 등 총선 출마 예상자 8명은 2일 성명을 내고 “창당일정을 한 달가량 늦춰야 하며 지분 나눠먹기로 구성된 중앙위원회는 비민주적 조직인 만큼 해체해야 한다”며 김원기(金元基) 공동창당준비위원장 등 지도부를 정면 겨냥했다. 초재선 15인이 제기한 ‘김원기 독주 불가론’을 거들고 나선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당 관계자는 “수도권 일부지역에 여론조사를 했더니 현 지도부를 내년 총선 유세장에서 보고 싶다는 의견이 거의 없더라”며 “내년 총선이 대선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차세대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성정치권 대 정치예비군=현역 의원들과 정치예비군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신당창당추진위(신추위) 간의 불협화음도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경북지역 공동창당준비위원장으로 내정됐던 신추위 몫의 신평(申平) 대구 가톨릭대 교수가 이강철(李康哲) 전 노무현 대통령 정무특보를 비난하며 당을 탈당한 뒤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다.

여기에 우리당이 ‘신속한 체제 정비’를 이유로 현역 의원 지역구를 중심으로 52개 지구당을 11일 전까지 우선 창당한다고 밝히면서, 그동안 표밭을 관리해 왔던 정치권 밖 인사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서울 강서을에 출마하려는 이규의 전 민주당 선대위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은 “경합자가 존재하는데도 현역 의원 중심의 당 지도부가 이를 무시하고 있다”며 “공직 후보자도 완전 경선이 아니라 3배수를 중앙당에서 심사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신당에 맞지 않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우리당 박양수(朴洋洙) 사무처장은 “완전 경선에 따른 현역 의원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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